작년 6월 설립 후 실적 없어…창투사 등록도 못해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설립 1년이 지나도록 바이오 투자처를 찾지 못한 한미벤처스에 장녀인 임주현 전무를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차남이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에 장녀를 등기임원으로 등록하며 벤처투자 사업에서 실적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성기 회장은 최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전무를 한미벤처스 사내이사에 올렸다. 임 전무는 1974년생으로, 10여년 동안 한미약품에서 근무해왔다한미벤처스는 임주현 전무의 바로 밑 남동생이며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전무(한미IT 대표)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다

 

임 회장이 이처럼 한미벤처스에 장녀와 차남을 모두 배치한 것은 공격경영을 통해 실적을 창출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실제 한미벤처스는 임 회장과 한미IT가 총 100억원을 출자해 지난해 6월 설립한 업체다. 그렇지만 설립 후 11개월 동안 한 건의 투자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한미벤처스는 실적은 물론 조직도 취약한 상태다. 한미약품의 외부 연구개발 담당 부서인 eR&D가 한미벤처스의 기본 업무를 담당해왔다. 정작 바이오 투자처를 물색하고 관련 업무를 진행해야 할 한미벤처스 직원은 한명도 없다

 

이번에 한미벤처스는 한미약품 조인산 이사를 사내이사로, 한미사이언스 송기호 이사를 감사로 배치했다. 지난해 설립 당시 사내이사로 취임했던 임원 2명이 올해 초 잇따라 퇴사한 후유증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미벤처스는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것은 물론, 창업투자회사로 등록하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설립 후 11개월이 지났지만 창투사가 아닌 일반법인으로 등록이 돼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그동안 100곳 이상 기업을 물색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창투사로 등록하지 못했다투자가 적합한 벤처기업을 찾으면 전문인력을 영입해 바로 창투사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창투사로 등록 시 자본금 50억원, 관련 전문인력 2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임 회장이 꺼내든 장녀 배치 카드가 지지부진한 한미벤처스 실적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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