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대책 비웃듯 강남 재건축 시세 급등세…"입주권 거래 규제 없이는 투기차단 역부족"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6·19 대책은 1차 메시지다.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달라.”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발표와 함께 부동산 투기세력에 대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쟁선포까지. 이같은 배경을 이유로 일부 전문가는 지난달 말만 해도 하반기 부동산 시장 위축세를 점쳤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약효를 느낄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특히 잠시 조정을 거치는 듯 보였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거침없는 가격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중개업소에 따르면, 개포주공4단지 전용 35㎡(현 11평형이 추후 재건축 아파트 25평형을 받는 매물)의 경우 호가가 9억7000만원으로 10억원에 육박한다. 강동구 둔촌주공, 서초구 반포지구 신반포15차 등 강남4구 일대 주요 재건축단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6·19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조정을 거치지 않은 채 꿋꿋하게 시세를 유지하고 있거나, 잠시 1000만~2000만원의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들어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대책 이전의 시세를 회복하는 식이다.

이쯤되자 투기세력을 잡겠다고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책안 자체는 시장 과열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투기과열지구’ 지정 카드를 꺼내야 했는데, 자칫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부담감에 한발 물러서면서 조정대상지역 확대에 그친 게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현행법상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고 투기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큰 곳을 선정하는 형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은 최장 5년간 분양권 전매(입주 전 분양권 매매)가 제한된다. 또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LTV(담보인정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 모두 40%까지 낮아진다. 무엇보다도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인 입주권을 남에게 넘기는 것도 금지되기 때문에 재건축 단지가 시세 주도권을 잡고 있는 강남3구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에 특히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6·19 부동산 대책은 앞선 11·3 대책에서 선정한 조정대상지역에 경기도 광명, 부산 일부 자치구와 같은 일부지역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들 지역의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을 확대하고, LTV와 DTI 조건을 기존보다 강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이는 분양시장의 청약 과열을 잠재우는 데에는 효과가 있으나, 재건축 단지 입주권 거래를 규제하는 세부방안은 없어서 재건축단지 집값까지 잡기엔 힘이 부친다.

개포동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구는 지난해 11·3 대책 당시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분양권 거래 차단은 이미 진행되고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을 하지 않아 입주권 거래는 여전히 자유롭다. 이번 대책으로 LTV, DTI 한도가 조정돼 매수시 초기 현금 투자부담만 소폭 늘어났지만 이외에 추가 규제는 없어 사실상 큰 영향을 받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거품의 진원지인 재건축 단지까지 규제하기 위해서 추가 대책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번 규제 자체가 강력하지 않았고, 정부의 합동단속반 규제도 마무리되면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거래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강남 재건축 시장 다스리기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다. 지난달 중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 과열현상에 대해 “재건축 사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강남4구에서 투기 수요가 결합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투기나 불법거래는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자신이 펼칠 부동산 정책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지난주부터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가격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 단지가 재건축 시장을 넘어 부동산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않은 만큼 정부가 또다른 시그널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시장 역시 매맷가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단속과 추가규제 발표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른 추가 규제안 발표를 공언한 만큼 조심스럽긴 하다”며 “시세 상승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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