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흉내낸 콩국물, 감자전분 들어가 쫄깃한 면발

엄마 부를뻔했다. 엄마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어. 미안해….

 

제 5화. 오뚜기 콩국수라면 

 

오뚜기 콩국수라면. /사진=박견혜기자
음식 어설프게 하는 중국집의 짜장면을 먹을 바에야 짜장라면을 먹으라고 했다. (누가?). 어설픈 엄마의 콩국수를 먹을 바에야 콩국수라면을 먹으라고 했다. 제가요.  

 

시원한 라면의 계절이다. 하계 라면의 클래식은 팔도의 비빔면이다. 아는 맛이 가장 무섭다고, 라면 좋아하는 집이라면 대형마트 카트에 비빔면 한 봉지씩은 들어있다. 비빔국수 해먹기 귀찮다. 언제 소면 삶아, 소스 비율 몰라, 소스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왕창 모를 바에 비빔면을 먹는 게 편하다. 쉽고, 빠르고, 맛있다. 

 

이런 면에서 콩국수라면이 왜 이제야 나왔는지 의아하다. 사실 귀찮기로는 콩국수 만들기가 비빔국수를 이긴다. 콩 어디서 사와, 콩 언제 불려, 콩 어떻게 갈아, 물 얼마나 넣어, 믹서기 언제 씻어, 콩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언제 물 끓이고 언제 소면 삶아…. 귀찮다. 이쯤되면 라면으로 나와줘야 한다. 아는 맛이어서 무서운 콩국수가 드디어 라면으로 나왔다. 귀찮은 조리 과정은 모두 건너뛰자. 이제 삶고, 저어, 먹기만 하면 된다.  

 

오뚜기 콩국수라면. /사진=박견혜 기자

내용물은 면과 분말스프가 전부다. 물을 끓이고, 면이 알맞게 익으면 체에 밭쳐 냉수로 차갑게 헹군다. 대망의 콩국물. 분말스프 재료는 콩가루 78.3%(중국산 66%, 호주산 17%, 국산 17%)와 백설탕, 정제소급, 고소한맛베이스 등이 들어간다.

 

냉수 200㎖에 분말스프를 넣고 풀면 된다. 물에 가루를 풀면 저희들끼리 꽁꽁 묶여 덩어리가 생긴다(어렸을때 먹었던 물약+가루약의 엉킴을 생각해보자). 그러나 이 분말스프는 찬물에도 잘 풀린다. 곱게 빻은 가루와 함께 볶음참깨와 검정볶음참깨가 있다. 

 

온라인에서 칭찬일색이었지만 기대는 없었다. 

애초 라면은 천연과 먼 음식이다. 인위로만 만들어낸 국물이 라면의 특징인데 콩국수라니. 정말 콩국수일 수 있을까? 

 

국물을 먹었는데, 콩국수다. 오히려 집에서 먹었던 밍숭맹숭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콩국수보다 더욱 콩국수스러운 맛이다. 콩 비린내 없이 고소하다. 적당히 묽은 농도다. 오뚜기가 광고한대로 진하고! 고소한! 맛이다. 가루 넣은 찬 국물의 텁텁함도 없다. 감자전분이 들어간 면은 쫄깃하다. 다른 반찬 필요 없이 단품만으로도 맛있다. ​소면 삶고, 오이랑 같이 먹으면 직접 만든 콩국수라고 우겨봄직하다. 

 

맛집과의 비교보다는 이 라면에 온전히 집중해보자. 그렇다면 맛있는 콩국수가 맞다. 편의점 기준 봉지라면 1개 1500원이다. 웬만한 컵라면 가격인데, 컵라면으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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