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실속 찾아 '소비 대이동'…대세 꺾긴 역부족
소비 훈풍이 불고 있지만 백화점의 고전은 계속되고 있다. 대형할인점, 면세점, 편의점 등 여타 소매들이 하나같이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유통채널이 다양해지고 실리를 추구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백화점에 대한 전망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실속을 찾는 ‘소비 대이동’이 이미 시작된 만큼, 백화점이 이런 대세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매판매액지수에 따르면 백화점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6% 감소했다. 대형할인점(1.7%), 면세점(4.1%), 편의점(12.5%) 등이 소비심리 개선의 영향을 톡톡히 받은 반면 백화점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6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27일 매출은 신규 점포를 제외한 기존점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이 1.6%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백화점의 매출 하향 추세는 소비자들의 쇼핑트랜드 변화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화점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아카데미, 문화공간 등 자체 변혁을 시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다른 매장보다 비싼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고, 이렇게 백화점이 제자리에서 멈춰있는 동안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쇼셜커머스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직장은 이모(36)씨는 “과거에는 구매를 위해 백화점을 찾기도 했지만 이제는 백화점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온라인몰에서 구매하기 위해 들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모(33)씨는 “옷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가지 않는다. 다만 화장품의 경우 품질면에서 백화점이 로드샵을 압도하기 때문에 가끔 화장품 구매를 위해 들른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이제 소비자들은 먹으면서 보고싶고 동시에 즐기고 쉬고 싶다. 층별로 식품, 액세서리, 화장품, 의류 등 구태의연한 나열은 지겹다. 백화점도 소비패턴의 알고리즘을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아마존에 밀린 시어스백화점 폐점을 보면 백화점의 앞날을 예상할 수 있다. 큰 흐름을 꺾기에는 백화점의 체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 역시 “매출이 하향세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면서도 “프로모션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백화점에서 빠진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할인점을 향해 대이동을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터넷쇼핑 소매판매액지수는 1월 전년보다 11.5% 늘었고 2월에는 24.3%까지 증가 폭이 커졌다.
인터넷쇼핑은 올해 내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웃렛이 포함된 기타 대형마트 소매판매액지수도 올해 1월 23.1%, 2월 31.9% 각각 증가했다. 3월엔 9.7%, 4월 7.6%, 5월 4.1%씩 성장했다. 반면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