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직접지시 받는 경찰청 특수수사과, 대한항공 압수수색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관 13명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서울 평창동 자택 수리에 대한항공 인천 영종도 호텔 신축 공사비를 사용했다는 혐의다. 자택 수리는 2013년 5월 시작해 2014년 8월 끝이 났다. 3년 전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내세워 적폐청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 지시로 움직인 사직동팀이 해체된 뒤 새로 만들어졌다. 다만 사직동팀이 해오던 역할은 그대로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이관됐고, 여전히 민정수석 직접지시를 받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팀장 임명도 민정수석을 통해 이뤄진다.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관 13명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조 회장이 10억원 넘는 액수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그래픽 = 김태길 디자이너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해 공사 관련 자료와 세무자료,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2013년 5월에서 2014년 8월까지 진행한 호텔 신축 시기와 자택 공사 기간이 겹치는 만큼 배임 혐의가 짙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 회장이 10억원 넘는 액수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아직 피의자를 특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에서 입수한 압수물을 분석한 뒤 누구를 조사할 지, 체포영장을 발부해야 할 지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일부 대기업 회장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의 세무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황을 포착했다는 설명이지만,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직접 나선 만큼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특수수사과는 민정수석실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새 정부가 적폐청산을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나선 데 따른 민정수석실의 직접 지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적폐청산 본보기로 삼은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 분석이 끝나면 공사비 지출에 관여한 회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향후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자체적인 진상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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