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서울보증보험·수협은행 장기간 공석…"관치금융·낙하산 인사 배격" 목소리 높아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문재인 정부 첫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금융권 차기 인사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 후보자가 남기고 갈 수출입은행장 자리에서부터 수협은행장,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이 공석 상태다. 박근혜 정부 인사로 알려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교체 여부도 관심거리다. 새 정부에서는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를 배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금융권 인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권 인사에 물꼬를 텄다. 청와대는 지난 3일 금융위원장 후보로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을 지명했다. 정부 출범 54일, 장고 끝에 나온 인사였다. 청와대는 “최 후보자는 경제와 금융 분야에 정통한 관료 출신”이라며 “정책 전반에 관한 높은 이해도와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금융 정책을 차질없이 이행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금융권 수장이 가닥을 잡으면서 적체된 금융권 인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 최 후보자가 남기고 떠날 수출입은행장 자리에 누가 앉을 지 관심이 모인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입에 자금 지원 등을 하는 중요한 국책은행이다. 산업 구조 개혁에서도 역할을 해야한다. 수출입은행이 기획재정부 관할 기관이라는 점에서 기획재정부 출신 차관급 관료가 당연한 듯이 차지해온 자리다. 업계에선 이번에도 관료 출신이 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크지만 교수와 등 민간 출신이나 내부 승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협은행장 자리도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장 자리는 사상 초유의 공석 상태가 진행되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 4월 이원태 전 행장이 사임한 이후 공석 상태다. 민간출신이나 내부 출신을 주장하는 수협중앙회 측과 관료출신 행장 선출을 주장하는 정부의 주장이 엇갈린 까닭이다.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임명되고 금융위원장이 인선된 만큼 진전된 결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SGI서울보증보험 자리도 비어있는 상황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최 후보자가 사장으로 있다가 1년여만에 수출입은행으로 옮기면서 공석이 됐다. 앞서 김옥찬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도 임기 1년여만에 KB금융지주로 옮기는 등 서울보증보험은 잦은 수장 교체에 맥이 빠진 상황이다. 현재 서울보증보험은 직무대행 체제를 거쳐 김상택 전무가 임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서울보증보험 94% 지분을 가지고 있어 서울보증보험 사장 자리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공석 채우기뿐만 아니라 현직 수장의 물갈이 가능성도 있다. KDB산업은행은 자리바뀜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기업들의 굵직한 구조조정을 이끌어야하는 중요한 국책은행이다. 하지만 이 자리는 지난해 2월 낙하산 논란과 함께 취임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차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후보 시절 캠프에서 금융인인 모임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전현직 금융인 1000여명을 이끌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박 후보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자리가 위태롭다. 정 이사장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되면서 낙하산 논란 중심에 선 인물이다. 정 이사장은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박근혜정부의 금융 분야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정 이사장은 독일에서 최순실씨를 도운 이상화씨가 KEB하나은행 본부장으로 승진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금융개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람들과 오랫동안 같은 배를 탈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며 “새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 그동안 미뤄졌던 금융권 인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만 새롭게 채워지는 자리가 기존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관치금융이나 보은성 낙하산을 위한 것이라면 새 정부의 적폐청산과 금융개혁에 대한 기대를 퇴색시킬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파격적인 인사와 안정적인 인사를 고루 섞는 형식을 보여준 만큼 금융권에서도 개혁적인 모습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