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오뚜기·농심 판촉전 가열…뜨거운 짬뽕라면 매대 중앙 눈길
여름을 맞아 라면 시장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뜨거운 국물 라면의 수요가 높은 ‘라면 성수기’ 겨울이 가고, 아예 국물이 없는 비빔라면이나 냉라면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여름이다. 이런 계절 변화를 가장 먼저 맞는 곳이 대형마트다. 대형마트 매대에 가면 ‘제철’ 라면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더욱이 올해에는 일찍 찾아온 폭염 탓에 라면 코너의 변화도 빠르다.
“사실 마트 판촉 경쟁이 세죠. 마트 내 위치가 판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니까.” 최근 만난 라면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목 좋은 자리의 선점이 판매량과 깊은 관련이 있는 탓에, 대형마트 매대는 총알 없는 전쟁터라고 불린다.
5일과 6일 양일간 서울시 양천구에 위치한 이마트, 용산구에 있는 롯데마트 두 곳을 방문했다. 국내 라면 판매량 부동의 1위인 농심 신라면은 오히려 판촉 대열에서 벗어나있다. “밀어주지 않아도 잘 팔린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대신 과열된 판촉의 장에는 자신이 여름 별미임을 내세우는 비빔면, 냉면, 콩국수 등이 자리한다. 국물 없는 농심 굴소스볶음면도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오뚜기, 2분기 절치부심… 농심 ‘찰비빔면’도 팔도 아성에 바짝
양사의 라면 코너에는 공통점이 있다. 노른자위엔 모두 오뚜기의 ‘함흥비빔면’과 ‘콩국수라면’이 있다.
하지만 오뚜기는 이번 여름 절치부심한 눈치다. 함흥비빔면과 콩국수라면을 연달아 내놓으며 그간 부진했던 2분기에도 판매량을 꾸준히 챙기겠단 계획이다. 오뚜기는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오기도 전인 지난 3월 함흥비빔면을 출시했고, 5월에 콩국수라면을 내놨다. 모두 4+1 프로모션 중이다.
오뚜기 여름 신제품 옆에는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의 둥지냉면과 찰비빔면이 있다. 1984년 출시돼 국내 비빔면 시장의 본좌 격인 팔도비빔면은 오른쪽으로 돌아야 만날 수 있다. 대신 넓은 매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브랜드를 떠나 여길 보나 저길 보나 비빔면‘판’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의 약진으로 팔도비빔면의 비빔면 왕좌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70% 점유율을 차지했던 팔도의 팔도비빔면의 비빔면 시장 점유율이 올 3~4월 40%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여름 제품이 비빔면이 유일했지만 지금은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 다양해지는 탓에 1위 아성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의 신제품 2종과 농심의 찰비빔면, 둥지냉면 등이 약진했다.
이 같은 격전의 상황에서, 판매량 제고를 위해서는 마트 내 위치한 자리가 중요하다. 눈과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위치하면 아무래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쉽기 때문이다.
A대형마트의 한 매장 관리 직원은 “일단 나 먼저도 요즘 비빔면을 많이 산다”면서 “앞에 두는 상품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각 회사에서 미는 신상품과 원래도 잘 나가는 제품들의 균형을 맞춰 진열한다”고 설명했다.
◇ 여름에도 중화라면… PB 제품도 한 켠에
짬뽕라면은 적과의 동침 중이다. 짬뽕라면 1위인 오뚜기 진짬뽕과 농심 맛짬뽕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 오뚜기 볶음진짬뽕과 팔도 불짬뽕 역시 저희들끼리 모여있다. 매우면서도 뜨거운 중화라면이 여름에도 매대 중심부에 위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중화라면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사계절 내내 인기 있는 제품이 됐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말부터 인기였던 부대찌개 라면은 전성기를 뒤로한 모습이다. 계절적 요구에 따라 비빔면과 중화라면 사이에서 영토가 줄었다.
이마트는 PB(자체브랜드) 라면을 모아놓았다. 피코크 ‘엄마기준’의 총각무라면, 카레볶음면, 짜장볶음면과 노브랜드의 라면한그릇 등도 추천상품으로서 매대 한 켠을 차지한다. 노브랜드 라면한그릇의 경우에는 5개들이가 2280원으로 3000~4000원대의 일반 라면, 비빔면 등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