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설비투자 호조에 기대감 커져…"가계부채·소비침체 등 복병 많아" 신중론도

한국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L자형 불황을 탈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수출이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등 호조에 힘입어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설비 투자가 늘고 있는 추세인 까닭이다. 새 정부 정책 기대감과 함께 최근 소비 심리도 개선되고 있어 내수 부진 탈출에 대한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론도 존재한다. 여전히 가계부채 누증 문제가 해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나 취약 계층의 상환 부담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됐다. 수출 회복에도 실업률은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GDP 기여도가 높은 건설투자가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 덩달아 가계는 저축에 힘썼고 소비하지 않고 있어 반쪽짜리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 2017년 한국, 저성장의 늪 빠져 나올까

한국경제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2년 연속 2%대 성장률을 보이면서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설비투자 감소, 서비스업 성장 둔화 등으로 전년보다 2.7%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 탓에 올해도 2% 중반대 성장률을 보여 L자형 장기 침체가 지속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세였다.

하지만 올들어 수출이 큰 폭으로 회복되면서 이런 전망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7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5월 수출은 469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425억5000만달러 대비 10.2% 증가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수출 증가세가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하게 됐다. 더구나 지난해말과는 달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철강, 석유 제품, 선박, 기계류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골고루 수출이 증가했다.

설비 투자도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기업들이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 지수는 계절조정 기준으로 지난해 1~5월 110(기준=100)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들어선 1월~5월 평균 124.8을 기록했다. 더불어 5월 기계‧정밀기기 수입액이 51.5% 증가하면서 설비투자 선행 지수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얼어붙었던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1.1로 2011년 1월(111.4) 이래 6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CCSI는 올해 2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소비심리 개선세가 뚜렷함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이 3%대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6%에서 2.9%로 0.3%포인트 높였다. 모건스탠리는 2.4%에서 2.8%로 조정했다. 국내에선 국회예산정책처가 2017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2.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6%에서 2.7%로 높여잡았다. 그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가계부채 누증, 소비 침체 등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 많아”

다만 3% 경제 성장률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도 있다. 가계대출 누증 문제가 여전하다.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가계는 여전히 지출을 꺼리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GDP 성장 기여율이 높은 건설투자가 침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더구나 수출과 설비투자가 하반기에 계속해서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우선 가계부채의 경우 정부의 노력에도 대출 증가폭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5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3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1월 1000억원에서 2월 2조9000억원, 3월 3조원으로 증가 폭이 확대되더니 4월 4조6000억원, 5월엔 6조원대로 큰 증가폭을 보였다. 가계부채는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치는데다 자영업자나 취약계층 부실 문제를 안고 있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크다.

소비심리 개선에도 경제주체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총저축률은 36.9%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분기(37.2%)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주체들이 전체적으로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가계 부문 순저축률만 따로 떼놓고 보면 지난해 8.1%로 2000년(8.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건설투자 위축도 우려 요인이다. 지난해의 경우 건설투자의 GDP 성장 기여율은 56.6% 수준이었다. 건설투자가 지난해 한국 경제를 이끌었다고도 풀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하반기에는 건설투자가 상반기보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5.5% 증가했으나 하반기에 2.6% 증가에 그쳐 후퇴기에 진입했다. 경제성장 기여율도 지난해 올해 32.8%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국내 경기의 부정적 영향, 수출·설비투자 증가세 둔화 등이 한국 경제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는 소득 정체로 소비 여력이 제한된 상황이고 주거불안이나 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다. 가계부채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하반기 수출도 상반기만큼 좋을 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있다”며 “2% 중후반 성장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2017년이 하반기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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