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 의료수가 적용 사례 드물어… 생산성‧진료 효율성 부족 평가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와 바이오벤처 주도로 국산 의료 인공지능 개발이 한창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병원들의 인공지능(AI) 도입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 의료수가 체계에서는 상업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등에서는 정보기술(IT) 기기에 수가를 도입하는 사례가 드물고, 현실적으로 의사 진료 효율성을 높여줄만한 기술이 아닌 점을 이유로 꼽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와 바이오벤처 주도로 국산 의료 인공지능 개발이 한창이다. SK텔레콤은 고려대학교의료원과 인공지능 기반 진료 음성 인식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인공지능 의료문진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잇는 와이즈넛, 인공지능 엑스레이로 유방암을 진단하는 스타트업 루닛 등도 대표적인 의료 인공지능 개발 스타트업이다.

앞서 IBM의 의료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가천대길병원, 부산대병원 등에 도입되기도 했다. 건양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카톨릭대병원 등 지방 거점 병원에서 주로 왓슨을 도입하는 추세다.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동국의료원도 산학협력을 통해 의료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의 도입은 향후 수익창출과 비용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환자가 인공지능으로 진료 및 수술을 받으면서 추가 의료수가를 제공한다거나, 의료 생산성이 향상해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요지다. 또 병원 입장에서 보면 인공지능은 효과적인 단기 성장 방안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의료계 종사자는 “의료 인공지능 도입은 병원에게 일종의 홍보수단이 돼 준다. 가천대병원도 왓슨 도입 후 국내에서 주목을 받지 않았냐”며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 효율성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향후 의사와 환자 간 의료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술이 더 개발된다면 진료비나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 의료수가 구조에서 의료 인공지능 상업화가 여의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의료수가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의 합계다. 일종의 의사의 기술료로 지급되는 형태다. 그러나 현재 IT시스템에게 수가 인정을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공지능 의료기기도 마찬가지다. 의료영상보조장치 소프트웨어 등급으로 허가를 받은 기기는 지금까지 없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 원장은“미국에서는 2012년에 맘모그램이라는 유방암 검진 영상장치가 유일하게 수가를 받았다. 이 외엔 국내외 IT기기가 의료수가를 받은 선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국내 의료수가는 의사 기술료, 몸값, 재료값 등으로 취급되는데 의료 인공지능는 애매하다. (의사들이) 인공지능 수술로봇에게 의료수가를 선뜻 나눠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그는 ​향후 수가 제도가 바뀐다면 인공지능 도입과, 그로 인한 비용 절감에 대한 기대가 달라질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현재 개발되는 인공지능 의료기기들이 의사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의료 인공지능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를 대상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 치료의 편리성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 로봇이나 의료기기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의사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최근 국내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의료기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병원 입장에선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 현직 의사들은 인공지능 의료기기 검사결과가 빨라지는 것보다 검사 시간 자체를 줄이길 원한다”며 “생산성이 없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인공지능 기기를 들여야할 필요가 없다. 의사를 설득할 수 있는 의료 인공지능 기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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