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49층 고수로 사업진척 지지부진…서울시와 절충안 찾던 잠실주공5단지도 다시 안개속
서울시 내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이 35층을 크게 넘어서는 50층 안팎의 ‘초고층’ 건축계획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심의를 담당하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결과에 단지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업추진 일정이 지연되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대상이 되는 단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도계위 심의에서 반려됐음에도 초고층을 고수하는 단지들, 도계위 심의에 맞춰 초고층 건축계획을 수정하는 단지들, 도계위에 의해 초고층 건축을 허가받은 단지들이 다양한 면면을 보이고 있다. 해당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상황, 시세 등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 7전8, 초고층 고수하는 은마아파트…늘어지는 사업절차에 호가 하락세
서울시는 지난 2014년 5월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을 발표한다. 3종 일반주거지 내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초고층 건물로 인한 일조권 및 조망권 독점 방지, 초고층 건물과 저층 건물 간 조화, 2013년 이후 스카이라인관리계획 적용을 받아 재건축이 진행 중인 단지와의 형평성을 시는 내세웠다.
시의 35층 제한계획의 직격탄을 은마아파트가 맞았다. 은마아파트는 지상 14층 28개동에 4424가구로 구성된다. 대치동에 위치한 강남 재건축 대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추진위)는 49층 아파트 4개동을 포함한 5940가구 규모의 단지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연초부터 세웠다. 하지만 은마아파트는 단지 전체가 3종 일반주거지에 속해 시의 2030 플랜이 적용되는 지역이다. 아울러 시가 35층 이상을 지을 수 있는 단서조항으로 내세운 주변 연계개발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업‧업무용 지구’가 전무하다.
시의 방침에도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49층 계획안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최초 해당 계획안을 강남구청을 통해 시 도계위에 제출했다. 도계위는 시의 2030 플랜에 의거해 해당 사안을 반려했다. 그럼에도 추진위는 재차 계획안을 강남구청을 통해 도계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계획안은 49층 건립안을 포함해 초안에서 거의 바뀐 사항이 없다.
이에 은마아파트 시세가 널뛰기 양상을 보인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11층의 가격은 3월초 14억원에서 5월 중순 12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5월초 13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9월 시세 수준을 간신히 회복했다. 은마아파트는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받기가 어려워져 내년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어렵다. 이에 아파트를 매입해도 그만큼 매도차익을 덜 실현하기에 수요자들의 망설임이 작용한 결과다. 아울러 강남구와 시의 35층 건립안을 둔 '기싸움'으로 사업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것도 매물가격이 일정치 않은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매물의 경우 호가가 4000만원 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추진위가 제출한 계획안이 설사 도계위에서 채택된다 해도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어렵다. 재건축 사업진행시 각 단계별로 통상 2~3개월이 걸린다.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선 조합설립,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를 거쳐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소요되는 시간을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6~9개월이 걸린다. 시에서 관리처분 인가를 빨라야 내년 초에나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은마아파트 추진위 측이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초고층 건축안에 더 집착하고 있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연초 이사철 도래, 미국 금리인상이 예고돼 은마아파트 매물이 일시적으로 가격상승했다. 다만 최근엔 급매물을 중심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6.19 부동산 대책과 함께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피하기 어렵운 문제, 8월달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수요자들이 염두에 둔 상황”이라며 “추가 호가하락도 전망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시 요구에 절충안 마련한 잠실주공5단지…다만 사업추진 속도 더뎌
잠실주공5단지 역시 초고층 단지 건축안 문제로 연초 사업이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조합과 달리 잠실주공5단지 조합 측은 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발짝’ 물러서는 행보를 보인다.
잠실주공5단지는 송파구 잠실동에 소재한 15층 3930가구 규모다. 가구규모가 미니 신도시급을 넘는 송파구의 재건축 대어로 평가 받는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 측은 지난 1월 롯데월드타워 인접 지역인 잠실역 4거리 일대를 종상향해 준주거지역에 최고 50층 높이 복합건물 4개동, 3종 일반주거지역에는 최고 50층 높이 1개동을 포함한 44개동 6483가구를 건설하는 내용의 정비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도계위 측이 2030 플랜을 들어 조합 측의 재건축 계획안에 ‘보류’ 판정을 내렸다. 결국 조합 측이 구상한 계획안이 시의 방침과 엇갈린 셈이다. 이에 재건축 추진계획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당시 급매물이 대거 시장에 풀렸다.
다만 잠실주공5단지 조합 측은 은마아파트 추진위와 달리 ‘우회로’를 마련했다. 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준주거지역이 아닌 3종 일반주거지역에 설립되는 아파트를 모두 35층 이하로 제한했다. 아울러 지난 2월 9일 시가 ‘광역중심지’ 기능을 유지할 시 잠실역 인근 4거리에 50층 아파트 4개동 건립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조합 측은 반영했다. 조합 측은 업무‧상업지구가 인근에 위치한 준주거지역에 MICE(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 면적을 총 11만㎡로 확대하고, 단지 내 임대아파트를 추가로 배치했다. 해당 계획안이 실행되면 잠실주공5단지는 아파트‧주상복합 7000여가구로 탈바꿈한다. 아울러 조합 측은 단지 외부에 도로를 건설하며 교통혼잡 해결책을 마련했다. 이같은 내용의 수정안을 조합 측은 지난달 30일 송파구청을 통해 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잠실주공5단지 조합 측의 수정안 역시 도계위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시 측은 도로혼잡을 요구해 단지 내 도로건설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 측이 단지가 둘로 나뉘면서 사업성 저하를 우려해 단지 외부에 도로를 건설하는 절충안을 냈다. 다만 단지 외부에 도로를 내면 인근 교통혼잡 가능성이 더 커진 만큼 계획안이 도계위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현직 도계위 위원은 설명한다. 사업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를 조합 측이 받는데 4~6개월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은마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잠실주공5단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단지 내 일부 매물 시세가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용 82㎡ 5층의 매매가격은 4월초 16억2000만원에서 5월초 15억6000만원까지 하락했다. 5월 중순 재차 16억2000만원으로 기존 시세를 회복했다.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진 까닭이다. 6월 들어선 82㎡형 2층 한건만이 매매되는 등 거래가 소강상태에 들어선 상태다. 재건축 추진일정이 지지부진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