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핀테크 등 각계 전문가 영입하는 창업계… ‘혁신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

 

최근 스타트업을 투자하고 키우는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VC)에서 기업인 영입이 많아졌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기존 기업에서 신생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금융, 마케팅, 투자 등에서 경험을 쌓아온 기업인들이 창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스타트업 운영과 육성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창업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타트업을 투자하고 키우는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VC)에서 기업인 영입이 많아지고 추세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다르지만 통상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은 가능성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금 회수(EXIT)까지 무사히 이끌어내는 게 주요 역할이다.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는 지난 29일 스타트업 지원 액셀러레이터 회사 프라이머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 전 대표는 프라이머에 출자해 스타트업 육성을 도울 계획이다. 프라이머는 초기 IT, 소프트웨터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기업으로 전자상거래 이니시스를 만든 권도균 대표가 있다. 함께 벤처파트너로 합류한 김형우 에이블커뮤니케이션 대표도 SK네트웍스 임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모바일 기술 및 게임 벤처캐피탈 케이큐브벤처스는 2년전 신민균 엔씨소프트 기획조정실 상무를 영입했다. 신 상무는 14년간 게임기업 엔씨소프트에서 일하면서 올해 2월 신 상무는 케이큐브벤처스 공동대표에 올라갔다. 게임분야 스타트업 투자발굴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IT공룡기업 네이버 출신 기업인들은 이미 스타트업 업계에 많이 흘러들어온 상태다. 뷰티 크리에이터 커머스 스타트업 ‘우먼스톡’은 올해 6월 유승재 네이버 이사를 영입했다. 유 이사는 11년간 네이버 마케팅총괄 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센스톤’도 이준호 네이버 전 CISO(최고정보보호책임자)를 공동대표로 합류시켰다.

쿠차, 피키캐스트 등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 스타트업들의 지주사 옐로모바일도 최근 기업인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김남철 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부회장 COO(최고운영책임자) 영입을 시작으로, 김민철 로엔 엔터테인먼트 본부장까지 옐로모바일과 같은 차를 타게 됐다.

◇ 기업인 '경험과 노하우로 혁신추구’… 창업경험 없다는 지적도

한편 업계에서는 기업인들이 창업 업계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창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인들이 스스로 폐쇄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스타트업 생태계로 흘러들어간다는 얘기다. 기업인들은 회사 내에서 겪었던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해 초기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파트너 연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기업인의 스타트업 이동은) 당연한 흐름이다. 스핀아웃(Spin out)현상의 일종이다. 혁신을 위해 작은 스타트업 환경에 직접 들어가는 것”이라며 “혁신은 작아야 한다. 큰 조직에서는 문화적 특성 탓에 혁신이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기존 기업인들이 스타트업으로 움직인다면 앞으로 창업 혁신이 꾸준히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창업을 경험하지 못한 기업인들의 유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창업현장을 잘 모르는 기업인들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영문 계명대학교 교수는 “부정적인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수년간 창업 현장에서 일한 전문가들도 스타트업 육성과 발굴은 어려운 문제”라며 “창업 환경을 성장시킨답시고 기업이나 다른 업계에서 많이 스타트업으로 넘어오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편승되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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