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은행·증권 겸직 체제 강화…매트릭스 조직구조로 예대마진 치중 수익구조 탈피 노력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마다 계열사간 협업을 강조하며 매트릭스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이에 금융지주사마다 은행, 증권 등 법인 단위 조직과 글로벌 기업, 자산관리 등 사업부문 조직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하나로 묶어서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사업부문제 확대 개편과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계열사별로 나뉘어 있는 자본시장(IB) 부문과 글로벌, 디지털 사업부문을 지주사 중심으로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다. 먼저 자본시장 부문은 GIB(그룹·글로벌 IB) 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GIB 사업부문장은 지주와 은행, 금융투자, 생명보험, 캐피탈 5개사의 IB부문 임원을 겸직하고 그룹의 자본시장 부문을 통할하게 된다.
특히 신한금융지주가 공을 들이고 있는 글로벌 영역도 지주사 중심의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룹사 간 협업을 위해 지주와 은행, 카드, 금투, 생명 등 5개사의 해외사업 임원을 겸직하는 글로벌 사업부문장을 선임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룹의 글로벌 사업 전체를 통합 관리하도록 했다. 신한금융지주은 글로벌사업부문장에 허영택 신한은행 글로벌사업 담당 부행장을 내정했다.
디지털 사업 강화를 위해서는 각 그룹사 최고 디지털 책임자(CDO)를 신설했다.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부문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디지털 5개 핵심 분야인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오픈 API(프로그램 개발 정보), 클라우드, 디지털 경험(DX·Digital Experience)는 그룹 차원에서 연구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말 조직개편으로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다.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부문에서 지주, 은행, 증권 3사 겸직체제를 도입해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방안이다. 특히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KB증권 중심으로 IB부문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KB금융지주는 매트릭스 체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박정림 은행 WM 그룹 부행장과 전귀상 은행 CIB그룹 부행장을 금융그룹 전체 WM 부문과 CIB 부분을 각각 총괄하도록 배치했다.
KB금융지주가 은행과 증권의 WM과 CIB사업부문을 통합하는 겸직체계를 신설, 확대하자 성과는 올해 1분기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WM사업부문에서는 은행, 증권간 소개 고객수가 지난해 1분기 395명에서 올 1분기 5029명으로 급증했다. CIB사업부문 올 1분기 영업이익은 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또 KB금융지주는 글로벌 부문을 지주사 글로벌전략 총괄임원(CGSO)이 은행 글로벌사업부문장을 겸직하게 했다. 계열사간 사업관련 협의를 위한 그룹 글로벌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 매트릭스 체제는 고객 입장에서도 이점이 있다. 효과적인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지주사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경영 절차도 간단해진다. 효율성과 유연성이 모두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도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CIB 시너지 강화를 위해 지난해 말 KEB하나은행 투자은행(IB) 부문을 본부에서 사업단으로 격상했다. 박승길 하나은행 IB사업단장이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을 겸직하도록 한 것이다.
또 하나금융지주는 5월 말 은행 IB사업단을 하나금융투자 본사로 이전했다. 은행, 증권사 IB 협력 강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은행 영업점 채널을 증권사 고유업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모색하고 있다. 이에 그룹IB이익공유제도를 도입해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를 은행 실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글로벌 사업도 지주 내 협업을 통해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지주에서 국제 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총괄 부사장이 KEB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금융지주사들은 계열사 사이에 존재하는 칸막이를 제거하고 통합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고객 정보와 경영 능력을 공유하고 임직원 겸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다만 고객 정보 관리는 정확히 해야 할 것이다. 고객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차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내부적 통제와 절차를 잘 관리해야 겸직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