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사 만든 안전운항정책 준수…제조사 매뉴얼 참고해 국토부 인가받아

인천공항 탑승장에 대기 중인 항공기와 탑승을 준비하는 승객들. / 사진=뉴스1

얼마 전 호주 퍼스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에어아시아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켜 공포의 비행을 하던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습니다. 비행기 사고는 대부분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는데, 특히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사고가 많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는 대기조건 등이 안 좋으면 이착륙을 미루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비행기가 이륙이나 착륙하는 조건은 항공사가 모두 동일할 것 같습니다. A항공사가 이륙하기 어려운 조건이면 B항공사에게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항공사마다 이착륙 관련 운항기준 조건이 다르다고 합니다. 어떤 항공사는 착륙을 강행해도, 또 다른 항공사는 할 수 없는 것이죠. 왜일까요?

해당 기준을 국토교통부가 아닌 각 항공사가 정하기 때문입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각 항공사는 각사가 안전운항 정책을 만들어 이에 따라 비행기를 운행합니다. 국토부가 일괄적으로 정해주는 것이 아닌 셈이죠. 단 항공사는 자체적으로 만든 안전운항 정책을 국토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국토부에서 인정하는 선만 넘지 않으면 각각 재량으로 운항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항공운항 기준을 정하는 핵심 주체는 항공사가 아닌, 항공기 제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항공사가 안전운항기준을 만들 때 절대로 넘지 않는 선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항공기 제조사가 만든 권고사항입니다. 제조사들은 항공사에게 각 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적정 기준을 제공합니다. 비행기 종류마다 견딜 수 있는 조건이 천차만별이라고 하네요. 비행기가 어느 조건에서 가장 안전하게 비행할지 여부를 직접 만든 제조사보다 정확히 알 순 없겠죠? 그래서 항공사들은 제조사들의 권고사항을 준수해 운항정책을 만든다고 합니다.

아무리 운항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이착륙을 시도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기장입니다. 예를 들어 관제탑이 착륙을 허가하고 날씨 등 조건이 운항기준에 맞더라도 기장이 안전한 착륙이 힘들다고 판단된다면 착륙을 하지 않습니다. 근처 대체 공항으로 착륙해 기다린 후 다시 목적지로 갈지, 아예 회황을 할지 여부는 기장이 판단한다고 합니다.

즉 결론은 다른 항공사에 비해 이착륙이 좀 지연된다고 해서 나쁜 항공사가 아니란 겁니다. 비행기 기종의 차이일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타 항공사에 비해 오히려 엄격하게 안전기준을 적용한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 정도면 괜찮겠지’란 생각이 만들어낸 대형 참사들을 보면 비행기 이착륙 지연은 한결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승객들이 안전을 이유로 운항이 지연되는 항공사를 몰아세우면, 결국 또 안전보단 ‘빨리빨리’가 최우선인 비행기를 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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