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배출가스 효율 떨어져…운전자 운행습관 탓

연비와 친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 데 실패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신차가 계속 나오고 있음에도 시장은 문을 굳게 잠그고 있다.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HEV) 시장의 가파른 성장과 대비된다. 업계에선 현실적 친환경차로 알려진 PHEV의 실제 기술력이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2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의 PHEV 내수 판매량은 37대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계속해서 PHEV 신차가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판매량이다. 올해만 PHEV 신차 3대가 나왔다. 2월에 한국GM 볼트 PHEV, 현대차 아이오닉 PHEV가 출시된 데 이어 7월엔 기아차 K5 PHEV가 출시됐다. 업계는 이에 대해 PHEV 시장이 아예 형성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EV와 HEV 시장은 계속해서 확장세다. 지난달 EV와 HEV​의 판매량은 61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신차들도 연달아 출시되고 있다. 이달 르노삼성이 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내놓은 데 이어 미국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특히 트위지는 초도 물량이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PHEV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자극하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전기차와의 보조금 차이도 있지만, 차 업체들이 제시하는 연비와 배출가스 수치는 이상적인 결과일 뿐, 현실에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독일 아데아체(ADAC)가 내놓은 실험 결과에 따르면 PHEV의 연비와 친환경성 모두 완성차 업체가 제시한 자료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DAC는 자원을 연료화하는 과정과 운행단계까지 합산해서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WTW 관점에서 PHEV들을 분석했다.

 

ADAC는 토요타 프리우스, 볼보 XC 90, BMW 225xe, 기아차 K5(수출명 옵티마), 폴크스바겐 파사트 GTE를 놓고 차 업체가 제시한 자료와 현실적인 연비, 배출가스를 비교 측정했다. 1(최저점)부터 별 5(최고점)의 종합 점수를 매긴 결과, 토요타 프리우스가 유일하게 별 5개를 획득했다. 나머지 차량들은 전부 별 1~3개를 얻는데 그쳤다.

 

볼보 XC90가 별 1개로 최저점을 받았다. 2340㎏에 달하는 무게가 가장 큰 문제였다. 차가 무겁다 보니 필요로 하는 연료량도 더 많았다. ADAC에 다르면 볼보 XC90는 100㎞ 주행하는 데 휘발유 6.75.4kWh의 전력을 필요로 했다. 이는 볼보가 내놓은 자료 보다 휘발유 소모량이 4.6나 더 높았다. 다만 전력 소모량은 13.1kWh 적었다. 이는 실제 주행에서는 전기 대신 휘발유 사용량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머지 차량들도 볼보와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토요타 프리우스, BMW 225xe, 기아K5, 폴크스바겐 파사트 GTE100km 주행 시 업체들이 제시한 자료들보다 각각 1.5, 4.32.1, 2.0더 많은 휘발유를 사용했다. 반면 전력 사용량은 모두 감소했다. 이밖에 다섯 차량 모두 차 업체들이 제시한 자료 보다 적게는 21%에서 많게는 60%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PHEV 차량을 운전하며 일반 내연기관 차량이나 전기차 수준의 토크와 가속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PHEV 차량이라는 사실을 잊고 운전하면 연비가 떨어지는 것은 100%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이는 반대로 얘기하면 친환경 운전 습관을 길들이면 좋은 효율을 낼 수 있으며, 따라서 연비와 친환경성은 PHEV 운전자의 주행 습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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