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본사는 독일·유럽 등서 7월 중 리콜 시행…“국내는 대상 차량 파악 중”
27일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서 또 불이 났다. 올해 들어 국내서 확인된 벤츠 차량 화재만 6건에 달한다. 한 달에 한 번꼴로 5000만원을 훌쩍 넘는 차량이 검게 스러지고 있음에도 차량을 수입·판매한 벤츠코리아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다임러 AG 벤츠 본사가 전류 리미터 과열에 따른 차량 화재 발생 가능성을 공개하고 리콜 진행을 발표한 것과 달리, 벤츠코리아는 아직 국내 리콜 대상 차량 파악조차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 수급 기간을 고려하면 리콜 시행은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다임러 AG는 2014년 2월부터 2017년 2월 사이 생산해 미국에 판매한 C클래스와 E클래스 등 주력 차종 30만8000여대를 7월부터 리콜할 예정이다. 벤츠코리아가 부품 확보를 문제로 리콜 발표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앞서 독일 다임러 AG는 메르세데스-벤츠 일부 차종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발견돼 전 세계에서 100만 대를 리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임러 AG는 시동이 걸리지 않아 반복해서 작동시킬 경우, 시동 모터에 장착된 전류 리미터가 과열돼 차량에 불이 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임러 AG는 전류 리미터가 과열로 녹아내렸다는 신고를 받고 지난해 6월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총 51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30건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화재 차량은 국내에 판매된 차량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화재 가능성 발견에 따른 리콜은 이미 실시했다”면서 “국내 소비자 신뢰 확대를 위한 제품 결함 리콜을 지속해서 실시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 전류 리미터 관련 리콜 대상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벤츠 코리아가 이달 15일 화재 가능성으로 리콜을 결정한 차량은 벤츠 SLC 200 등 3개 차종 286대에 불과하다. 현재 화재 발생 가능성이 발견된 신형 E클래스는 지난해 국내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총 1만4922대가 팔려나갔다.
업계에서는 벤츠 차량에서 끊임없이 화재가 발생하면서 운전자 불안감이 커진 만큼 벤츠코리아가 서둘러 전류 리미터 리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화재는 안전을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면서 “그 어떤 리콜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리콜 명령을 직접 내리는 국토교통부가 벤츠 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사고원인 조사와 후속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국토부는 현재 벤츠 코리아의 전류 리미터 자발적 리콜 시행 계획서 제출을 기다리고만 있는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판매된 차종과 내 판매 차종이 동일한 지 여부를 제작사가 밝히고, 리콜 대상 차량 대수와 부품 수급 방법 등 계획서를 제출하면 리콜 발표에 나선다”면서 “리콜 시행 시점은 계획서를 받아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 3월 벤츠 차량의 화재 가능성이 밝혀진 뒤 4개월여가 흐른 지금까지 상황에 아무런 진척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국토부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벤츠 코리아에 리콜 계획서를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