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차별성 찾기 전략…해외진출도 추진
국내 제약사들이 벤처‧스타트업과 앞다투어 손을 잡고 있다. 주로 바이오, 헬스케어, 의료기기, 간편식품사업 등 사업을 넓혀가면서 관련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인프라를 넓힐 수 있고, 세계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제약사가 벤처기업을 주목하는 이유라고 분석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제약사는 모두 연구개발을 위해 벤처기업 투자와 인수를 늘리는 추세다. 녹십자, 동아쏘시오홀딩스, 보령제약, 대웅제약 등 주요 상위 제약사들은 벤처 기업과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있다.
녹십자는 바이오벤처 와이바이오로직스와 항암제 공동연구 계약을 지난해 체결했다. 자회사 녹십자MS는 올해 3월 헬스케어 스타트업 BBB와 손잡고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녹십자MS는 벤처업체 세라젬메디시스를 인수하고 개인용 혈당측정기 등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 중이다. 보령제약은 면역세포 플랫폼 기술업체 바이젠셀에 30억원을 투자했다. 동아ST는 지난해 10월 해외 스타트업인 스웨덴 비악티카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매출엔 한계가 있고, 전문의약품 신약 개발은 힘들다. 제네릭(복제약) 경쟁은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국내 제약사들도 외부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공동연구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제약사에게도, 업체에게도 윈-윈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바이오분야 벤처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벤처 투자는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해지 등 여러 논란으로 인해 하락세를 겪었지만,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5월까지 신규투자를 받은 상위 벤처기업 10개사 중 4개사가 바이오‧의료 업체라고 밝혔다. 전체 투자 비중순위에서도 바이오의료분야는 3위를 차지했다.
이에 제약사들도 바이오벤처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대웅제약은 2015년 줄기세포기업 강스템바이오텍과 제대혈 동종줄기세포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맺은 후 꾸준히 바이오벤처와 협업하고 있다. 지금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한올바이오파마와의 공동경영으로 바이오의약품 개발도 늘어나고 있다. 바이오펀드에 투자하거나 직접 바이오펀드를 만드는 국내 제약사들도 있다. 동아ST는 350억원 규모 NS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바이오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과 후보물질 연구를 위해 벤처 투자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나날이 커가면서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 해외 시장 진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제약사가 자체 연구능력과 투자로만 신약을 연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연구성과를 내거나 검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제약사들이 바이오펀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아직 바이오펀드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민간 바이오펀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초기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미국의 경우엔 2005년부터 바이오제약분야가 50% 이상 투자율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제약바이오 창업기업들도 해외를 지향하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며 “2013년까지 자본이 없어 벤처인수를 못했던 제약사들도 이제는 벤처 투자와 인수에 적극적이다. 두 업계가 넓은 바이오 시장에서 차별성을 찾고 있기 때문에 투자와 협업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