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甲질 의혹…H&B스토어, 전자제품 판매점 등 ‘긴장’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전문판매점, 이른바 ‘카테고리킬러(Category Killer·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과 달리 특정 상품만을 판매하는 전문매장)’를 향한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국내 최대 H&B(헬스앤뷰티) 브랜드인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재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사정의 칼끝에서 빗겨나 있던 카테고리킬러 시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거래 실태를 세밀히 들여다 보겠단 것이다. 해당 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올리브영과 납품업체 간 계약 체결부터 납품까지 거래 전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부당반품, 납품대금 부당 감액 등에서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대표적인 유통채널로 꼽히는 대형마트·백화점·이커머스·TV홈쇼핑 등은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감시 대상이었지만 전문판매점은 제재를 받은 전례가 없다. 업계에서는 이번 CJ올리브네트웍스 조사가 방아쇠가 돼, 향후 카테고리킬러 업계 전반으로 공정위 발 제재가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공정위의 이 같은 행보는 예견된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지난 4월,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은 유통분야납품업체와의 간담회에서 “그간 법 집행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분야의 거래 관행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카테고리 킬러에 대해 상반기부터 점검에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판촉 계약 체결 단계부터 이행, 종료 단계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불공정거래 실상이 확인되면 제재하겠다는 강한 뜻을 내비쳤다.
카테고리킬러는 1988년 가전 업종으로 국내에 처음 들어와 현재 수조원대 규모 사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그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가 조사를 계획하게 된 이유다. 특히 H&B 스토어 시장은 CJ뿐 아니라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 기업들이 진출한 분야인 만큼, 공정위의 이번 조사 결과에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카테고리 킬러로부터 ‘상품이 잘 팔리지 않으니 재고상품을 회수해가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고 토로한다. 본사와 납품업체의 서열 탓에 부당한 요청에도 쉽사리 거절을 밝히지 못하는 고충이 있는 것으로 짐작가는 대목이다.
소상공인업계 한 관계자는 “을(乙) 위치인 납품업체가 대기업의 반품 요구를 어떻게 거절하겠는가”라며 “부당반품을 요구한다거나 판촉비용을 전가한다거나 하는 문제들은 예전부터 제기돼왔다. 작은 목소리들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테고리 킬러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H&B 스토어들에 대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구체적인 사례도 들은 바 없다”면서 “아직 혐의가 나온 것도 아니고 조사 단계니 만큼 지켜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