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맞춰 반도체 투자·가전공장 설립 계획 발표…현지화 속도‧통상압박 해소 등 일거양득 평가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48기 임시주주총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이 대화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 방미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됨과 동시에 함께 미국을 방문한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향후 5년 간 총 128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이 함께 움직인 삼성의 경우 주축인 반도체‧가전 부문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현지화 전략에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 부담도 덜게 됐다는 평가다.

원래 삼성전자 방미사절단에는 윤부근 CE부문 사장의 참석이 거론됐으나 막판에 권오현 부회장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특히 반도체 공장 부문 투자계획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28일 삼성전자는 텍사스 반도체 공장에 2020년까지 1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텍사스 공장은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가 아닌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현지화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와 호흡을 맞추는 동시에 시스템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를 노릴 수 있게 됐다.

가전 부문에선 윤부근 사장이 움직였다. 그는 공식적인 경제사절단은 아니었지만 한미 정상이 만나는 시점에 맞춰 투자계획을 발표해 경제사절단을 지원사격 했다. 윤 사장도 같은날 헨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뉴베리에 가전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총 투자금액은 3억8000만 달러(약 4345억 원), 고용인원은 약 950명에 달한다.

이번에 설립할 공장은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에 따라 발생한 투자기회를 활용해 삼성이 미국에 짓는 첫 번째 가전 생산기지다. 미국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등 북미시장 경쟁력 향상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은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맞춰 확실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눈도장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트위터에 “고마워요 삼성! 우리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며 삼성을 콕 집어 생산기지 설립을 촉구한 바 있다. 삼성이 정상회담 직전에 이에 대해 화답한 셈이 됐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원래 어느 정도 잡아뒀던 투자 계획들이지만 정상회담 직전에 발표해 효과를 극대화했다”며 “선제적으로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표=디자이너 조현경

 

한편 삼성전자 외 기업들도 잇따라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꺼내들고 있다. LG전자는 2019년까지 테네시 주에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가전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또 뉴저지 주에 3억 달러를 투자해 2019년까지 신사옥을 건립, LG 계열사 임직원 1000여명을 입주시킨다.

SK는 향후 5년간 에너지 분야 등에 최대 4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SK는 현재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에서 셰일가스 개발 및 LNG 생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또 SK는 28일 미국 GE, Continental Resources와 셰일가스 E&P(탐사 및 생산) 분야 투자 등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5년간 총 31억 달러 투자계획을 밝힌 현대자동차는 친환경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개발, 신차·신엔진 개발 등 분야에 투자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에 나선다.

두산그룹은 미국 자회사인 두산 밥캣, 두산퓨얼셀아메리카 등을 통해 현지 공장 증설 및 차세대 제품 개발, 연료전지 및 에너지저장장치 R&D 투자에 총 79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가스터빈 서비스·부품 제작 미국 업체 인수, 연료전지 PPA(전력판매계약) 사업을 위한 파이낸싱 협력 MOU 2건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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