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서비스 부문간 컨버전스와 제4차 산업혁명:규제적 대응'세미나에서 블록체인의 활용과 규제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블록체인 규제 체계를 금융권 영업행위규제를 기준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개인정보유출 등 소비자 손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1차적으로 영업행위 규제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9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 서비스 부문 간 컨버전스와 제4차 산업혁명 규제적 대응' 콘퍼런스에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1차적으로 블록체인 관련 규제는 영업행위 규제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행위규제는 금융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블록체인이 보안성과 거래 투명성, 제3자 개입 불필요에 따른 비용절감 등에 장점이 있는 반면 금융거래 익명성 보장, 오류 수정의 어려움, 지배 구조 다중성 문제가 있다고 봤다.
또 거래 투명성이 높은 만큼 거래 정보가 완벽하게 암호화하지 않으면 금융거래 익명성을 보장하기 어려워 블록체인 규제가 영업행위규제를 기준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하나의 블록으로 보고 이를 체인처럼 연결한 거래장부다. 제3자 개입없이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는 네트워크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거래정보를 중앙서버가 아닌 피투피(P2P·개인 간)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가 공동 기록, 관리해 위조와 해킹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글로벌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싱가포르 DBS그룹과 협력해 블록체인과 유사한 전자송장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미국 BofA와 씨티, 영국의 HSBC도 관련 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반면 국내엔 현행 법체계하에서 블록체인 법률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아 블록체인을 구체화한 법개념이 없는 상황이다. 또 현행 전자금융거래법과 동법 시행령 등은 상당부분이 중앙집중형 전산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을 현행법에 적용하기 위해선 쟁점사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블록체인은 분산형 시스템이다. 분산형 시스템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참여자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법규 개정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가상통화와 블록체인이 크게 확산되지 않아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협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거시건전성규제나 미시건전성 규제를 논할 수 있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블록체인 규제 관련 당면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현 전자금융거래법 상 중앙통제시스템 체계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블록체인 비가역성으로 인해 과거의 전자금융거래를 파기하는 게 어려워 동 규정을 폐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객의 명시적 동의가 없는 한 금융거래 기밀성이 유지되도록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상용화되면 금융결제원 등 중앙관리자가 중앙청산기능을 담당하는 역할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집중형 방식과 효율성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블록체인은 금융 혁신을 일으킬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사와 정책당국이 균형감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며 "금융사는 블록체인과 관련해 타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정보교류를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