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3개 모델 추가하는 효과…한국GM 상품군은 변화 없어

정부가 액화석유가스(LPG) 차량 일반인 구매 허용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특히 중·대형 세단에서 이미 LPG차 3개 모델을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사업자 등에 판매 중인 르노삼성은 판매량 확대에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반면 한국GM은 LPG차 일반인 구매 허용 방침이 정해지면 상대적 부진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구매 가능한 LPG 차량은 총 16종에 불과하다. 현행법에서 7인승 이상 레저용 차량(RV)과 경차로 제한된 LPG차 신차 구매를 택시와 렌터카 등 사업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로 한정한 것을 감안하면, 일반인이 살 수 있는 LPG차는 다시 절반인 8개 차종으로 준다. 그나마 1개 차종은 1톤 상용 트럭인 기아차 봉고3다. 

 

LPG 충전소에서 LPG 차량들이 가스 충전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한국GM은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일반인 허용 가능 차량을 중심으로 LPG차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택시로 달리는 차량 대부분이 쏘나타와 K5 등 현대·기아차 중형 세단인 탓에 시장 점유율은 현대·기아차가 높지만, 업계에선 일반인 대상 판매 실속은 한국GM이 챙기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GM은 일반인이 신차로 구매 가능한 전체 8개 차종 중 3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7인승 RV인 한국GM 올란도는 다목적차량(MPV) 시장에서 2011년 이후 줄곧 8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올란도 전체 판매량 2220대의 58%인 1276대가 LPG 모델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정부가 일반인들의 LPG차 구매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한국GM의 LPG차 판매가 고전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GM은 “LPG차 단점인 주행 성능 극복을 위해 연료 분사 최적화 모듈을 장착해 구매 수요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 한국GM LPG차 상품군 중 LPG차 규제 완화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차종은 한 대도 없다.

정부는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정유업계, LPG업계 등이 참여하는 LPG 연료사용 제한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재까지 세 차례 회의를 열었다. 현재 TF가 내놓은 방안은 5인승 RV 추가 허용, 5인승 RV+1600㏄ 미만 소형 승용차까지 허용, 5인승 RV+1600㏄ 미만 소형+2000㏄ 미만 중형 승용차까지 허용 그리고 전체 차량 허용 등 네 가지다.

업계에서는 내달 말 5인승 RV와 1600㏄ 소형 승용차까지 일반인 구입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완화 행보를 걸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10월 장애인이 5년 이상 소유한 차량으로 제한했던 LPG차 일반인 이전 기준을 출고 이후 5년으로 완화된 지 6개월여 만에 다시 LPG차 규제 완화 논의가 시작될 만큼 LPG차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소식을 가장 반기는 업체는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은 일반인이 구매 가능한 LPG차 모델이 전무한 상황에서 매년 꾸준히 LPG차 판매 비율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중형 세단 SM5와 SM6 LPG 모델, SM7 LPG 모델 등 모두 1만8537대의 LPG차를 판매했다. 이는 2015년 1만741대 보다 72.6% 늘어난 판매량이다.

 

도넛탱크가 적용된 르노삼성 SM7 LPe. /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은 향후 LPG차 규제가 2000㏄ 미만 중형 세단에서 대형 세단으로 완화될 경우, 생산·판매 중이지만 일반인 판매가 불가능했던 3개 차종 모두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사업자를 비롯한 장애인,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신차 생산에 나서는 완성차 업체는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에 불과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도넛형 LPG 탱크 적용으로 트렁크 공간을 대폭 확장한 것이 LPG차 판매 확대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대한LPG협회와 함께 만든 도넛탱크를 바탕으로 LPG차 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도넛탱크는 기존 트렁크의 절반을 차지하던 LPG 연료탱크를 납작한 환형 탱크로 만들어 교체용타이어 공간에 탑재한 것이다.

대한LPG협회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적극적인 차량 출시가 LPG 수요 증가를 견인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LPG 차량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서는 만큼, LPG 충전소 등 인프라 확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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