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지역상인과 상생협약 갈등 극복…“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꿔야” 주장도

문재인 정부가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에 납품되는 농축수산물 등 특정 품목에 대한 판매를 제한하고, 현행 출점 등록제도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8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SSM에 대한 기존 영업시간 제한 규제에 더해 담배, 신선식품, 농산물 등 특정 품목의 판매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SSM은 전통시장 반경 1㎞ 내에서는 출점이 불가능하고 오전 0시에서 10시 사이에는 영업을 할 수 없다. 또 월 2회 의무 휴업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추진안에 SSM보다 훨씬 많은 품목을 취급하는 대형마트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소상공인들이 이미 상권을 형성한 지역에 SSM이 들어서 골목상권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의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키는 파괴력을 고려할 때 SSM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형락 중소기업중앙회 유통서비스 산업부장은 “대형마트 출점 여부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존과 직결된다.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출점지역과 품목제한 등 규제가 있어야 한다. 대기업들은 규제 일변도로만 생각하지 말고 지역 소상공인과 윈-윈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지역소상공인 핵심 품목의 판매 제한을 통해 한 도심지역에서 전통시장과 공존하고 있는 사례는 이미 있다. 지난 2013년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 들어선 홈플러스는 인근 망원시장과 상생 협약을 통해 떡볶이·순대·물오징어·건고추·밤·대추·임연수어·코다리 등 15개 1차 품목을 팔지 않는 것 등을 조건으로 지역 상인과의 갈등을 극복했다. 최태규 망원시장협의회장은 “밤‧대추의 경우 명절에 필수 품목이다. 상생협약이 시장 상인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초 요구한 사과‧배 등으로 판매 제한 품목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이미 도심에 진출하면 어느 정도 골목상권이 파괴되는 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출점단계로 규제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경우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 갖춰 시‧군‧구 기초단체장에 신청하면 출점이 가능하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초단체장들이 선거철 표를 의식해 무리한 해당지역에 무리한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를 광역단체장이 허가해주는 방향으로 법안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이언주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 대규모점포 등록제를 광역자치단체장의 허가제로 전환하면 지역골목상권을 보호하는데 더욱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형락 부장은 “1996년 이후 허가제가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도심지역에 우후죽순으로 대형마트들이 생겼다. 현재 대형마트의 출점과정이 선진입-후합의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선합의-후출점으로 바꾸는 규제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망원시장/사진=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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