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 변수에도 도시바메모리 매각 조만간 합의 전망…선두 삼성은 평택공장 가동
도시바 메모리 매각 계약이 곧 체결될 전망이다. 상장 폐지를 앞둔 도시바로서도 더 시간 끌기가 어렵다. 인수절차 마무리까지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글로벌 업계를 달군 ‘도시바 변수’가 일단락되는 셈이다. 다만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어깃장이 장애물이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한국산’의 무대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번 매각 건에서 중국, 대만 업체의 진입을 막은 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5자구도를 유지해서다. 이 와중에 낸드플래시 1위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가동을 통해 생산량을 늘린다.
28일 도시바는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주총은 현재 도쿄 인근 지바현 지바시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리고 있다. 당초 일본 언론과 업계 안팎에서는 도시바가 이날 주총에서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 매각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르면 27일 계약이 성사되고 이를 주총에 보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상장 폐지를 앞둔 도시바로서도 더 시간을 끌어봤자 득이 될 게 없어서다.
다만 상황에 따라 계약이 주총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세부적인 조정과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변수 탓에 계약날짜가 29일을 넘길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WD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사모펀드 KKR과 함께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21일 한미일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택한 도시바의 결정을 완전히 무시한 셈이다. WD의 제안이 일견 무리해 보이지만 근거가 없지도 않다. WD는 도시바와 일본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을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 중이다. 즉 WD 동의 없는 매각은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현재 국제중재재판소 테이블에까지 올라있다.
다만 이 문제 탓에 매각 자체가 어그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일단 도시바에겐 시간이 없다. 현재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의 대규모 부실 탓에 2개 분기 연속으로 채무 초과 상태에 빠졌다. 더 늦어지면 상장 폐지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주총을 넘겨도 가능한 빨리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종계약 후 내년 3월 중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리라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매각이 미뤄진다 해도 국내업계에 불리한 이슈는 아니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그간 협력관계를 구축하던 시장점유율 2, 3위 간 갈등이기 때문이다. 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 5위 SK하이닉스에 불리한 구도가 아니다. SK하이닉스의 참여 덕에 ‘도시바 매각전쟁’에서 중국, 대만 업체의 진입을 막아낸 점만으로도 장기적으로는 호재다. 현재의 5자구도(삼성전자, WD, 도시바, 마이크론, SK하이닉스)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의 올해 메모리 캐팩스(설비투자) 계획은 지난해 3630억엔보다 소폭 줄어든 3300억엔으로 책정돼 있는데다 WD와의 갈등 등을 감안할 때, (이번 매각으로 인해) 당장 시장 수급에 큰 변수가 된다거나 업계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와중에 낸드플래시 1위 삼성전자는 새 공장 가동에 들어간다.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늦으면 다음달 초부터 경기 평택 반도체 생산 공장 1기 가동을 시작한다. 평택 공장 전체 면적은 289만㎡로 축구장 400개를 합친 크기와 맞먹는다. 삼성 기흥 반도체 공장과 화성 공장을 합친 면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투자금액은 15조500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에서 3D 낸드(3차원 V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월 3D낸드플래시 생산량은 20만 장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35% 안팎인 삼성전자의 점유율도 상승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