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올라 매각여건 양호함에도 정부 움직임 없어…올 하반기 목표 지주사 전환도 물건너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 시기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은행 주가는 최근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매각 매력이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공적자금 회수에 대해 심의·조정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완전 민영화 후 지주사 전환을 목표하는 우리은행으로선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은행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7일 우리은행 주가는 52주 장중 최고치인 1만7600원까지 올랐다. 동시에 예보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 매력도 확대됐다. 이날 주가는 예보 평균 매입단가인 1만4300원과 비교해 23% 오른 가격이다. 이미 예보가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전액 회수하기 위한 주가인 1만5000원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예보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예보는 우선 IMM PE·한화생명·한국투자증권 등 7개사에 보유 지분 51.06% 중 29.7%를 매각했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은 17년만에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예보 지분 탓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존재했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자율 경영 보장에 대한 정부의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 답했고 예보의 남은 지분 매각은 시간 문제로 비춰졌다.
새 정부 들어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매각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다. 사실상 공석이라 봐도 무방하다”며 “정부의 금융 정책을 담아낼 금융 수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지주사 문제가 함께 걸려 있는 사안을 섣불리 심의할 수 없는 노릇”이라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위원장에 누가 오느냐가 정말 중요한 문제다”며 “금융위는 예보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기정 사실화 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금융위원장이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인 인사라면 지분 매각이 더 미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도 현상황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우리은행은 당초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지주사 전환을 목표했었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고 지분 매각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자 지주사 전환을 내년으로 미룬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금융지주사를 끼고 있는 다른 시중은행과 경쟁하려면 지주사 전환은 필수적이라 보고 있다. 최근 금융사들은 계열사간 시너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까닭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에 의욕을 불태우면서 이른바 총알을 장전해 놓은 상황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도약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주가 부양에 공을 들여왔다”며 “여건은 다 갖춰졌는데 퍼즐 한 조각이 맞춰지지 않고 있어 우리은행은 기대감과 함께 답답함이 섞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