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증가 속도 가파르고 질도 나빠…정부 현장 조사 나서는 등 뒤늦게 법석

자영업자 부채가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 증가 속도가 가파를 뿐 아니라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LTI), 연체율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일반 가계부채보다 상황이 나쁜 까닭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기관 현장 조사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6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20조원으로 2012년 말 318조원과 비교해 200조원(62.8%) 가까이 폭증했다. 2015년말 집계된 460조원에 비해선 1년만에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 대출 증가속도 11%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자영업자 부채는 1인당 1억1300만원으로 상용근로자 가구 부채 7700만원의 약 1.5배다.

자영업자 건전성도 전체 가구 평균보다 좋지 못하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자영업자 가구의 LTI는 181.9%로 전체 평균 142.6%를 상회했다. 상용근로자 LTI는 119.5%, 임시 일용직은 121.4% 수준이다. 자영업자는 금융 자산 대비 부채 비율(104%)도 상용근로자(74.3%), 임시일용직(90.4%)보다 높았다.

갚아야 할 부채가 많고 LTI가 높다보니 자영업자 연체율도 높게 나왔다. 2015년 4월에서 지난해 3월 중 30일 이상 연체 경험 가구 비중은 자영업자가 4.9%로 전체 평균(4.7%)을 상회했다. 상용근로자 연체 경험 가구 비중 1.7%와 비교하면 자영업자 연체 경험 비중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를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나쁘다. 금융당국이 나이스신용평가의 자료를 토대로 자영업자 차주 150만 명의 소득과 연령, 신용등급, 업종,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LTI) 등을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 대출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부동산임대업이었다. 부동산 가구의 LTI는 228.3%로 소매업 173.2%. 음식점업 192.6%를 상회했다. 부동산임대업 가구의 부채 규모는 1억9600만원으로 소매업 1억200만원, 음식점업 1억13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임대업자의 경우 50~60대가 많다. 은퇴 후 일정 수익을 위해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부동산 임대업 특성상 레버리지 투자가 많은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거나 시중 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게 되면 이들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업자뿐만 아니라 도소매나 음식점 자영업자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작지만 쉽게 폐업하는 성향 탓이다. 지난해말 기준 업종별 사업 기간이 5년 미만인 업체의 비중은 소매업이 55.9%, 음식점업은 66.8%로 전체 평균(51.0%)을 웃돌았다. 폐업률이 높아질 수록 차주 부담뿐만 아니라 부실 채권 발생 비중이 높아져 금융 기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시중금리 상승속도가 빨라지면 이들 업종의 폐업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출이자율이 0.1%포인트 상승하게되면 도·소매업과 수리 및 기타서비스업은 폐업 위험도가 7∼7.5%, 음식숙박업은 10.6% 증가한다. 미국 기준금리 정상화 기조,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수정 시사 등으로 시중금리가 상승 국면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자영업자 위험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분주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6일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농·수·신협과 산림조합 단위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15개 단위조합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섰다. 또 금융당국은 자영업자를 생계형(은퇴후 소규모 가게 창업), 기업형(중소기업 등 개인사업자), 투자형(부동산 임대업자 등) 등 3가지 유형별로 분류하고 대출 미시 분석을 통해 맞춤형 관리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의 핵심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조현경 시사저널e 미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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