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QM3, 경유세 인상 철회에 반색…트랙스는 무덤덤, 니로는 영향권 밖
정부가 경유세 인상은 없다고 못박음에 따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한 숨 돌렸다. 경유세가 오르면 디젤 차량 비율이 높은 소형 SUV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경유세율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 경유세 인상을 통한 미세먼지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세재정연구원 등 4개의 국책연구기관은 내달 4일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를 통해 경유세 인상이 거론되고 정부 역시 이를 바탕으로 경유세를 인상 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유세 인상이 박근혜 정부의 담뱃세 인상에 빗대어 서민 증세라는 반발이 제기되자, 기재부는 이번 긴급 발표를 통해 비난 여론 진화에 나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급성장 중인 소형 SUV 시장의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평가한다. 경유세 인상은 디젤 차량 비중이 높은 소형 SUV 시장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형 SUV 차량은 11만621대가 팔려 2013년 1만1998대와 비교해 3년 만에 10배가량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은 계속됐다. 1~5월 판매량은 4만628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8% 늘었다.
소형 SUV 시장은 쌍용자동차 티볼리, 기아자동차의 하이브리드차량(HEV) 니로, 르노삼성자동차 QM3, 한국GM 트랙스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티볼리는 4724대 팔려 시장 1위를 지켰다. 니로, QM3, 트랙스가 나란히 뒤를 이었는데, 각각 1920대, 1531대, 1166대가 팔렸다.
경유세 인상안 철회를 가장 반기는 업체는 르노삼성과 쌍용차다. 르노삼성은 QM3를 가솔린 모델 없이 디젤 모델만 제공한다. 지난달 판매량 1531대 모두 디젤 차량이었다. 쌍용차는 티볼리 가솔린과 디젤 모델 모두 판매하고 있지만 디젤 차량의 판매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달 판매량 4724대 중 디젤 차량은 3270대로 전체 판매량의 70%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 시장만 놓고 본다면 르노삼성과 쌍용차가 이번 경유세 인상안 철회를 지켜보며 가장 가슴 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 역시 트랙스 가솔린과 디젤 모델 모두 제공하지만 디젤 차량 판매량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전체 판매량 1166대 중 디젤 차량의 비중은 28%에 그쳤다. 한국GM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트랙스만의 매력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렇지만 경유세 인상안이 철회된 만큼 트랙스 디젤 모델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 니로는 타 업체 차량들과 달리 경유세 영향권 밖에 있다.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가 추가 장착된 하이브리드 차량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추후 경유세 인상 논의가 다시 이뤄진다 해도 니로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유세 인상이 철회됐지만 디젤차 규제는 계속 강화될 것”이라며 “국‧내외 자동차 업체는 이에 대비해 친환경차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