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량세 전환은 보류…소주값 오르면 ‘서민증세’ 논란 불가피

국민 술 소비가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 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술에 붙는 세금 인상안이 담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 인상은 판가 상승과 직결되는 만큼, 주류 제조 업체에겐 이득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실제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소주·맥주 등 주류 가격 인상이 결국 서민 부담으로 이어지는 탓에 수요 감소와 반감 증가, 외산 주류로의 이탈 등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세 과세체계 개편의 대외적 취지는 술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데다, 우리나라 주세 세수가 적다는 데에 착안, 필요성이 제기됐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음주의 사회적 비용이 연간 최소 10조원 수준을 넘는 현실이고 우리나라의 주세 세수가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주세 세수는 현재보다 최소한 2~4배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주세 인상 방향으로는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종가세는 술의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 저렴한 술일수록 적은 세금이 붙고, 비싼 술은 그만큼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종량세는 주류의 용량과 도수에 따라 세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종량세율 체계로의 전환은 음주로 인한 사회적 외부비용을 주세율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종량세로 돌릴 경우, 서민 세()부담이 가중된단 지적이 나온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종량세 전환 시 알코올 도수가 20도인 소주의 세금은 10.95% 늘어나고 40도인 위스키 세금은 72.44% 감소한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소득 하위 10%) 가구의 주세 부담은 6.9% 늘고 소득 10분위(소득 상위 10%)의 주세 부담은 3.9%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싼 외국 술은 현재보다 저렴해지고, 저렴한 국산 술을 더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서민 증세라는 비판이 정확히 들어맞는 대목이다.

 

이 같이 부작용이 명확한 만큼, 정부는 종량세로의 전환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세 수입이 낮은 현 상황을 고려해보면 언젠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 같은 주류세 인상은 판가 상승으로 이어져 주류 제조 업체의 영업이익에만 기여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2의 담뱃세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담뱃세는 현재 담배 제조업체 배만 불리고, 금연 효과도 없이 서민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세 논의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주류시장이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치킨값 인상을 노렸다가 공정위는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주류 가격 인상의 부담 요인이다. 주류업체는 정부 세제 개편에 따라야하는 처지지만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소비자 입장에선 술 값 인상이 당장 부담인 만큼, 그 비난이 주류 업체로 고스란히 향할 수 있단 점도 고민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은 가격에 민감하다. 가뜩이나 치킨 값 인상에 대한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소주값 오른다는 말들은 업체 입장에선 부담이라면서 주류같은 경우는 매일 식당에서 소비되는 등 생계와 밀접한 서민물가다. 그런 부분의 가격이 올라가는 게 과연 맞을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선의 방향은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세 과세체계 개편의 한 방안으로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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