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랄디 유럽CHMP 긍정의견… 암젠 등 경쟁업체 많아 시장선점 효과 불투명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3일(현지시각) 유럽CHMP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에 긍정 의견을 내렸다고 밝혔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임랄디(SB5)’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기관에서 긍정적 의견을 받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유럽 내 임랄디의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로 암젠이 시판허가를 받은 상태인 데다, 후발주자도 적지 않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선 출시 후 시장 선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연구 및 생산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에 이어 새로운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의 유럽 진출이 눈 앞이다.

앞서 지난 23일(현지시각) 유럽EMA 산하 약품사용자문위원회(CHMP)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에 긍정 의견을 내렸다. 지난해 6월 EMA에 판매 허가를 신청한 후 1년 만이다. 통상적으로 유럽 약품사용자문위원회에서 긍정을 받으면 2~3개월 이후 시판 허가를 받게 된다. 임랄디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검토 후 승인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휴미라는 다국적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류머티스관절염 및 건선 치료제다. 전세계에서 연간 매출액이 16조원에 달한다. 애브비 전체 매출에서도 60% 이상을 차지하는 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한 많은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유럽 CHMP 긍정 의견은 기존 삼성바이오에피스 베네팔리, 플릭사비와 함께 임랄디를 유럽에 판매하게 되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랄디가 ‘최초’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점은 향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다국적제약사 암젠은 유럽과 미국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 시판허가를 받은 상태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승인을 획득했고 이어 올해 3월 유럽 EMA 승인을 받았다. 특허 문제만 해결되면 암젠은 바로 판매에 들어갈 채비를 갖췄다.

후발주자도 적지 않다. 일본 제약사 후지필름 쿄와기린바이오로직스(FKB)는 임상3상을 끝내고 유럽EMA에 바이오시밀러 'FKB327'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베링거인겔하임도 미국 FDA와 유럽EMA ‘BI695501’ 허가 신청을 냈고, 셀트리온과 산도즈도 임상과 허가신청에 한창이다. 이밖에도 화이자, 머크, LG생명과학 등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휴미라 특허 만료까지 시판 허가를 받는 바이오시밀러가 2~3개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특허 종료가 임박한 유럽 시장을 놓고 혈전이 예상된다. 아직 시판된 바이오시밀러는 없지만 특허가 풀리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시장 선점효과를 누리기는 힘든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애브비는 휴미라 특허방어에 적극적이다. 애브비는 당초 2018년이었던 유럽 특허만료 시기를 2022년까지 연장했다. 암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게도 소송을 걸었지만 결국 특허무효 판결을 받았다. 유럽에서는 물질특허가 2018년 10월에 만료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아직 특허 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자연스레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업체들이 내년 유럽 시장진출을 노릴 게 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암젠이 이미 시판허가를 받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 베링거인겔하임, 쿄와기린 등이 연내 시판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준비 중인 업체만 벌써 4개​라며 바이오업체들은 퍼스트무버(First mover)를 노린다. 점유율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미라를 조준하는 업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 삼성바이오에피스 시장 전망도 불투명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를 셀트리온보다 늦게 유럽에 출시했다. 이미 셀트리온 램시마가 유럽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에서 플릭사비 매출 실적은 1억원대를 기록,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60만 달러(약 6억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결국 오리지널의 특허 종료 이후에는 유럽 시장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재빨리 자리를 잡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항상 경쟁자인 셀트리온에 비해 한 발짝 뒤진 행보를 보여왔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는 앞서고 있는 점을 놓고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의견도 나온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조기 임상, 조기 출시 등 개발 속도도 빠르다”면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SB5뿐만 아니라 란투스 바이오시밀러 SB9 등 의약품들이 기대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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