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평가 꼴찌 롯데건설 1위로 둔갑, 5000억원대 건설 수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의혹과 관련, “정밀 조사한 결과 발주처의 조직적인 개입과 불법적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군산바이오에너지는 추진 중인 5000억원 규모 200㎿급 발전소 사업 건설사 선정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평가계수를 변경, 입찰 업체 중 종합평가 꼴찌였던 롯데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군산바이오에너지 발전소 건설은 건설금액과 기술경제성 평가금액을 합산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종합낙찰제 방식으로 추진됐다. 발전소의 특성상 20년 내외 발전하기 때문에 기술경제성이 건설단가보다도 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4차까지 진행된 기술경제성평가협의를 거치고 지난 4월 21일 최종 제출된 기술 입찰서 채점 결과, 롯데건설은 1등이었던 삼성물산보다 무려 1807억원 정도 뒤져 종합평가 순위에서 입찰참여 4개사 중 꼴찌를 기록했다. 타 건설사보다 약 700억원 정도 건설금액을 낮게 써 승부를 보려던 롯데건설 입장에서는 기술경제성평가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양경호 당시 사장은 실무진들로부터 이런 보고를 받고 기술평가결과 격차를 줄일 것을 지시했고, 실무진들은 건설사들에게 기술 입찰서 제출을 다시 요구, 이를 토대로 기술평가항목의 평가계수를 바꿨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담당 팀장은 경영진의 지시를 받고 4월21일 제출된 기술입찰서를 무효로 처리하기 위해 기동시간의 기준이 모호하다면서, 5차 기술협의(4월 26~27일)를 거쳐 다시 기술입찰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건설사들에게 통보했다. 이후 팀장은 4월 29일 다시 기술 입찰서를 제출받았다.
군산바이오에너지는 5차 기술협의를 마치고 다시 제출된 기술입찰서를 토대로 원래 잡았던 기술평가항목의 평가계수를 바꾸는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기술담당 팀장이 보일러 기동횟수를 당초 15회에서 5회, 3회로 바꾸는 방안 등 여러 케이스로 변경안을 만들어 5월 4일 최용진 본부장과 양 사장에게 보고했다.
양 사장은 이후 담당 팀장에게 기준 변경 케이스중 가장 격차가 나지 않는 안으로 바꿔 적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 의원 측은 설명했다.
변경된 평가기준 중 순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기동시간이다. 기동시간은 보일러가 최고 출력을 내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다. 군산바이오에너지는 당초 연간 총 15회까지 발전소가 최고출력으로 발전하다가 셧다운 된 후, 16시간 뒤 발전을 재가동해 다시 최고 출력으로 올라가는 시간을 기동시간 평가 기준으로 설정했었다.
하지만 군산바이오에너지는 4월 21일 제출된 기술입찰결과를 확인한 결과 롯데건설이 이 평가항목에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동 횟수를 당초 15회에서 3회로 5분의1로 줄여 평가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이 기준 변경은 건설사들에게는 비밀로 부처진 상태에서 밀실에서 이뤄졌다. 아울러 당초 셧다운 후 16시간 뒤 재가동 기준을 보일러 온도 400도씨에서 다시 재가동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변경했다.
그 결과 이 항목에서 기술평가 1등이었던 삼성물산과 롯데건설과의 격차는 당초 1180억원에서 76억원으로 축소돼 롯데건설은 무려 1104억원의 차이를 단숨에 만회, 건설가격이 합산된 종합평가 결과 꼴찌에서 1등으로 둔갑됐다.
이훈 의원은 “조사결과 롯데건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기준을 바꾸고 기술입찰을 다시 재출하도록 하는 등 입찰방해에 해당하는 불법적인 행위들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훈 의원은 2주간의 조사를 마치고 지난 23일 산업부 우태희 차관과 김용래 에너지산업정책관을 불러 “중부발전이 왜 그렇게 무리수를 뒀는지 단순 개인비리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관련 조사보고서를 전달하고 산업부 감사를 요청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전 정권 시절 중부발전 ‘윗선’의 개입 등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검찰수사나 감사원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