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인수 효과 변수 많아…자체기술 개발, 성패 가를듯
도시바 메모리 매각 우선협상자의 한 자리를 차지한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실버크로스(2·3위 점유율 역전 현상)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관건은 하반기 양산 예정인 72단 3D 낸드플래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아직 변수는 남았다. 인수가 마무리돼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SK하이닉스가 기술력 담금질로 점유율 상승효과를 이어가야 인수 참여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26일 관련업계와 D램 익스체인지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1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35.4%)다. 그 뒤를 미국 웨스턴디지털(WD, 17.9%)과 도시바(16.5%), 마이크론(11.9%)이 잇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1%로 5위다. SK하이닉스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직전분기 점유율은 10%에 미치지 못했다. 성장세가 뚜렷한 셈이다. 2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의 상승세는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매출규모는 120억 달러(13조 6176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50% 가까이 급증한 결과다. 스마트폰을 통한 사진‧동영상 촬영과 이를 저장하는 경향이 늘면서 낸드플래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업계 점유율 3위이자 낸드플래시 원천기술을 보유한 도시바 메모리를 두고 전쟁 같은 인수전이 펼쳐졌던 배경이다.
한미일 컨소시엄이 도시바 메모리 우선협상자 자리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관심은 시장 실버크로스다. 1위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2위에서 5위 사이 점유율 차이가 7% 안팎에 불과해서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졌듯 SK하이닉스의 컨소시엄 참여가 융자 형태의 참여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WD 등 경쟁업체의 인수를 막아 시장변동 가능성을 제어했다는 효과도 명확하다.
우선협상자 발표 이후에도 잇달아 여러 ‘설’들이 보도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WD다. 우선협상자 발표 이틀 후인 23일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한미일 컨소시엄에 WD의 참가를 요청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WD는 일본 욧카이치 메모리공장을 도시바와 공동운영해온 권리를 명분삼아 도시바 메모리 우선협상권을 주장해왔다. WD는 이 문제를 국재중재재판소까지 가져갔다. 도시바 입장에서는 WD가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토록 해서 마지막 남은 변수를 제거하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독점협상을 주장하며 재판까지 감행한 WD가 컨소시엄에 참여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어찌됐든 컨소시엄 내 유일한 반도체기업이던 SK하이닉스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현안이다. 24일에는 역시 요미우리신문 등에 애플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이 보도됐다. 애플이 도시바 메모리에 출자하면 부품 조달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얘기다. 이래저래 실제 인수까지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하는 셈이다.
결국 관건은 SK하이닉스의 자체 기술 개발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7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다. 눈길을 끄는 건 64단을 건너뛰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부터 64단 3D 낸드를 적용한 SSD를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72단 3D 낸드는 72층 빌딩 약 40억 개를 10원짜리 동전에 구현하는 기술로 설명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부터 48단 3D 낸드를 양산해오고 있다. 64단을 건너뛰는 SK하이닉스는 8월에 충북 청주에 반도체 공장과 클린룸 건설에도 나선다. SK하이닉스는 2019년까지 관련 계획에 2조 2000억원을 투자한다.
72단 양산은 시장 내 역학관계와도 맞물려있다. 도시바 메모리의 뜨거운 감자이자 현재 2위인 WD는 지난달 30일 64단 3D 낸드 기술 기반의 SSD 2종을 내놨다. ‘72단 시대’ 개막 성과에 따라 2위를 둘러싼 경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흐를 수도 있다.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컨소시엄 형태 인수로 가닥이 잡혀버린 상황서 결국 실버크로서의 관건은 72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72단 3D 낸드 제품 개발에 성공할 경우 SK하이닉스 3D 낸드에 대한 의구심은 빠른 속도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