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가격경쟁력의 균형이 관건…국토부는 아직도 명확한 기준안 내놓지 않아
다음달18일부터 대형 사업용 차량은 차로이탈 경고장치(LDWS)를 의무 장착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4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통안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놨다.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6중 추돌사고가 입법 동기가 됐다. 국토부는 첨단부품 장착으로 대형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시행령을 계기로 해당 부품을 개발하는 업체들의 상용차 시장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ADAS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의미한다. 도로 주행 중 위험사항을 감지하여 운전자에게 사고 위험을 경고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LDWS는 전방충돌경보장치(FCWS), 자동긴급제동장치(AEB)와 함께 ADAS를 구성하는 주요 장치 중 하나다. 운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차로를 벗어나면 경고음이 울리거나 안전띠에 진동이 울린다.
이스라엘 기업 모빌아이가 ADAS 관련 최고급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시장에서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153억 달러에 인텔에 인수됐다. 이는 이스라엘 기업 역사상 최대 인수 금액이다. 지난 5월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직접 이스라엘로 이동, 모빌아이를 방문하고 미래 기술에 대해 협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빌아이의 국내시장 공략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가격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모빌아이의 ADAS 제품은 여타 업체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빌아이 관계자는 “모빌아이 기술력은 모두가 인정한다. 일반 소비 시장에선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제품이 잘 팔린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상용차 시장에선 국내 업체에 밀리는 형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몇몇 대형 물류회사들은 사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모빌아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정부 지원금 없이 자비를 들여 모빌아이 제품을 구매‧장착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격, 성능, 안정성 등 여러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민한 결과 모빌아이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행령을 계기로 상용차 ADAS 장착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동시에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ADAS 업체로는 피엘케이(PLK), 모본, 카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는 모빌아이와 함께 지난해 화물복지재단이 주관한 ADAS 시범 사업에 입찰했다. 그 결과 모본과 PLK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모본 관계자는 “1만1040대 중 9523대에 모본 제품을 장착해, 시장 선점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 움직임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는 아직까지 제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안을 내놓지 않았다. 지원금 범위 또한 불확실하다. 시행령 발효는 현재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정권이 바뀌면서 모든 정책 진행이 멈춘 상태”라며, “자동차 정책은 5년, 10년을 내다봐야 하는데, 전문가 없이 정책이 추진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