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국GM ‘난항’ 쌍용차·르노삼성 ‘전운’…임단협 연내 타결 불투명

올해 국내 완성차 5개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이 2016년보다 지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노사 임단협은 11월 기아차를 마지막으로 가까스로 연내 타결했지만, 올해 임단협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얘기마저 돌고 있다. 그동안 노사 관계가 원만했던 쌍용차와 르노삼성 노사에서까지 전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기본급 11만8000원 인상 및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등을 담았다.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은 쌍용차 노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린 요구안이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해 사측이 G4 렉스턴 출시를 위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자는 요구를 받아들여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미뤘다.

쌍용차 노사는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회사 정상화를 위해 7년 연속 무분규 교섭을 기록해왔다. 다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해 주간 연속 2교대 근무와 관련해 노사가 위원회를 만들어 생산성 향상 방안, 시행 시점 등 제반 사항을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한 만큼 올해 이행을 약속받는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 노조 역시 올해 임단협 만큼은 강경한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15만원 인상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중형 세단 SM6 돌풍과 수출 물량 확대로 매출 6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 이유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2012년부터 사실상 매년 임금을 동결해왔다”며 “올해는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1일부터 양일간 15, 16차 교섭을 벌였으나 서로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대차 사측은 사드 여파,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해외시장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판매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요구안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 누적 판매가 3분의 1가량 급감한 데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주요 15개 완성차 업체 중 판매량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유독 노조 요구 강도가 세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일자리연대기금 조성을 제안하고 나서면서 올해 임단협 타결은 더욱 지연될 위기에 몰렸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총파업 투쟁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스1


일자리연대기금은 노사 각각 기금을 적립해 고용 등 일자리 나눔에 쓰자는 제안이다. 현대차 노조가 20일 “일자리연대기금 마련과 함께 통상임금 소송 전쟁을 종결짓자”고 제안했지만, 현대차는 “남의 돈으로 생색내기용 이미지 장사를 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조의 제의가 첫발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 임협 역시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와 동일한 기본급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 현대차 노조와 비슷한 제시안을 내놨다.


한국GM의 협상 추이도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 15만4883원의 기본급 인상 및 500%의 성과급 지급과 함께 명확한 미래 성장 방안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한국GM은 중형 세단 말리부 인기에 내수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를 일궈냈지만, GM의 유럽 시장 철수 여파로 수출 물량이 급감했다.

한국GM의 일감 부족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GM은 2013년 유럽에서 평판이 좋은 오펠과 복스홀 중심의 사업을 선언하면서 쉐보레를 철수하기로 했다. 그 결과 유럽 수출 물량을 생산해온 한국GM 공장의 생산량은 급감했다. GM은 지난 3월에는 오펠과 복스홀을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그룹에 매각하기도 했다.

한국GM 노조는 무엇보다 확신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오펠이 PSA로 넘어간 이후에도 한국GM의 물량 공급은 이어질 예정이지만, 안정적인 납품을 이어갈 것이란 보장은 없는 상태다. 한국GM의 연간 완성차 수출은 2013년 63만대에서 지난해 42만대로 감소했다. 크루즈와 올란도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은 공장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올해는 단협을 실시하지 않고 임협만 진행한다”면서 “통상임금 50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 주간 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시행은 생산능력 및 물량손실, 비용부담 등에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21일 임협을 열어 주간 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시행 등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국가별 일자리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노사 모두 임단협을 빠르게 종결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임단협 차질로 현대차는 모두 24차례 파업에 14만2000대, 3조1000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임단협 차질이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한국은 인도에 자동차 생산량 5위 자리를 내줬다. 높은 인건비와 반복되는 파업 등으로 해외공장 생산 비중이 커진 탓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5월까지 자동차 수출은 3년 연속 감소세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 경쟁에서 이기려면 매년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발생 생산에 차질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자동차 산업은 2만여개 부품 조립으로 만들어지는 종합 시스템 산업이기 때문에 임금 수준과 생산 유연성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며 “사측은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임금을 양보하는 빅딜로 임금 및 단체 협상은 3~4년 단위로 조정하고 아웃소싱과 전환배치, 근로시간 조정 등 근로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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