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합병, 지주사 전환 등 선대응…사업지주회사는 문제 될수도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재벌개혁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그룹마다 체감하는 온도차는 사뭇 다르다. 재계에선 개혁의 칼끝이 삼성과 현대차에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장 덜 영향을 받을 곳으론 SK를 꼽는다. 과거에 미리 문제가 될 만한 사안들을 청산한 덕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J노믹스를 맞닥뜨린 재계는 요즘 자신과 경쟁사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손익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현재까지 놓고 보면 삼성과 현대차가 가장 이슈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아직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문제가 남아있고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와의 내부거래 및 순환출자와 관련해 고전이 예상된다. LG는 특별히 꼽히는 것은 없지만 일각에선 내부거래와 관련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SK는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덜한 상황이다. 이번 정부 들어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과거 공정위와 부딪히면서 해소한 탓이다. 미리 예방접종을 마친 셈이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유독 SK와 관련해선 특별히 새 정부 들어 거론되는 이슈가 없다”며 “이미 예전에 관련 문제들을 해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은 한 마디로 일감 몰아주기 및 편법적 경영승계 근절로 요약된다. 특히 재벌일가의 경영권 불법 승계를 막는 것이 가장 큰 대주제가 될 전망이다.
SK그룹에서 일감모아주기 논란을 일으킬 만한 곳은 SK C&C다. SK그룹 전산실로 출발한 SK C&C는 SI(시스템통합)업체로서 내부거래로 성장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공정위는 2012년 SK텔레콤 등 7개사가 SK C&C를 부당 지원했다며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향후 SK의 항소로 일감몰아주기 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SK는 이후 SK C&C를 SK주식회사와 합쳤다. 2015년 SK C&C가 SK와 합쳐 지주회사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게 됐다. SK C&C만 분리돼 있을 당시 최태원 회장 지분은 30%를 넘어섰으나 지주회사로 합쳐지며 23.4%로 줄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뒤늦게 하려하는 지주회사 전환도 2007년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당시 공정위는 SK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고 치켜세웠다. 지주회사 체제는 현재 시점에서 총수의 경영권을 합법적으로 확보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하려다 결국 실패한 바 있다.
일감몰아주기와 관련 또 다른 이슈가 될 수 있는 사내 물품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사업과 관련해서도 SK는 자유롭다. 최태원 회장은 2011년 당시 MRO코리아를 ‘행복나래’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켜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MRO 논란을 피해갔다.
다만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선 현재까지완 다른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SK는 지주회사라 하지만 순수 지주회사가 아니라 사업 지주회사”라며 “현재 정부 기조를 보면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도 뇌관이 생겼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들이 SK브로드밴드가 협력업체 인력을 부당하게 채용해 협력업체 생존을 위협한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비정규직 약 52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 관계자는 오는 23일 첫 공식 면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SK와 김상조 위원장 사이에 오갈 내용이 향후 SK가 계속해서 개혁 무풍지대 입지를 지켜갈 수 있을지를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SK CEO와 임직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