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체 돈줄 죄겠다" 금호타이어 상표권 협조 압박…박회장 측은 정치권 등 목소리에 기대어 '버티기'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금호’ 상표권 사용안을 놓고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매각에 사활을 건 채권단은 돈줄을 압박해 금호타이어뿐만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쥐고 흔들겠다는 전략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박 회장의 항복을 받아내고 금호타이어 매각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그룹 재건을 꿈꾸는 박 회장 측은 상표권 사용 요구안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해득실을 저울질 하고 있다.
이 같이 금호타이어 매각이 안갯속으로 들어가면서 최종 승자가 누가 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채권단이 돈줄을 죄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지만 실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더구나 금호타이어 노조와 일부 야권 인사들이 외국 자본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박 회장 측 역시 부담이 크다. 만에 하나 채권단 엄포대로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처해질 경우 잃을 게 많아지는 까닭이다.
채권단과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매각종결 선결 요건으로 ▲상표권의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자유로운 해지 ▲사용 요율 매출액의 0.2%를 합의하고 박 회장측에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박 회장 측은 상표권에 대해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 대비 0.5%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 조건일 경우에만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참다못한 채권단, “금호그룹 돈줄 죄겠다” 초강수
채권 은행들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채권 은행들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 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거래 관계를 끊겠다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채권단은 지난 20일 금호 이사회가 채권단의 상표권 사용안을 재차 거부하자 이같은 방침을 내렸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에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농협은행·수출입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주계열 은행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이다. 따라서 이들 은행이 금호그룹에 돈줄을 조이게 된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게될 가능성이 있다. 그룹 재건에 나서고 있는 박 회장으로선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게 된다면 치명적이다.
또 채권단은 올해 9월을 끝으로 추가적인 금호타이어 채권 상환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채권 상환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차원에서도 1조30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갚을 여력이 없다. 더구나 법정관리로 들어가게 되면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채권단에 넘어가게 된다. 과거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지분에 설정돼 있던 담보권을 해제하고, 옛 금호기업(금호터미널과 합병 뒤 금호홀딩스로 사명 변경) 지분을 새담보로 잡아 놓았다.
이와 함께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을 사퇴 시키겠다는 의견도 모았다. 이는 채권단이 실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금호타이어 실적이 지속해서 곤두박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6억원 적자로 전환하는 등 상황이 좋지 못하다. 박 회장이 경영 부진으로 사퇴하게 되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잃게 된다.
◇ 끝까지 버티는 박 회장···매각 반대 목소리는 ‘유리’
박 회장 측은 수세에 몰렸다. 금호타이어를 되찾기 어려워진데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권단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에는 박 회장 측으로선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를 포기하고 채권단의 상표권 사용 요구까지 들어주면 손에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채권단이 자신의 수를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다는 점도 벼랑 끝 대치를 선택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자금을 통제할 경우 금호타이어가 아닌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다른 계열사의 금융거래를 막는다는 비판 여론이 확대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늘리기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국책은행이 나서서 일자리를 없앤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노조와 협력업체들의 매각 반대 목소리도 박 회장 측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금호타이어 민주노동자회는 공식적으로 더블스타에 매각 반대를 주장하며 청와대 앞 무기한 1인시위에 돌입했다. 지난 12일에는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대표와 대리점주들이 광주 서구 화정동 민주당 광주시당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중국 국영기업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매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 일부 야권 인사도 나서서 외부 자본 매각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은 21일 금호타이어 노사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며 “산업은행이 채권단과 협의하지 않고 중국 측 컨소시엄만 허용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불공정하다. 정부가 공정한 기회 보장뿐 아니라 일자리 등 지역경제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해결방안을 제시하도록 촉구할 것"이라 주장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매각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박 회장 측 입장에선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이 가능해지고 있다. 섣불리 겁먹어 채권단 요구를 들어주면 금호타이어뿐만 아니라 상표권 사용료도 제 값에 받지 못한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며 “채권단은 압박카드가 많지만 실제 박 회장 측을 조급하게 만들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다른 묘수를 찾거나 압박카드를 현실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