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무풍지대' 오피스텔·상가 관심 높아져…공급과잉·높은 공실률은 위험 요소

20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미사 오피스텔 분양사무소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 사진= 뉴스1
6.19 부동산 대책은 신규 주택 분양시장을 향한 규제가 주된 골자다. 따라서 대책 이름도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이다. 주택만을 겨냥한 대책이기에 시중 부동자금이 다른 부동산 시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추가 규제를 의식한 투자자들이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가, 오피스텔의 경우 대책에 포함된 분양권 전매규제, 청약통장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규제가 이뤄지는 만큼 추가 규제 부담이 적은 점도 이유다. 실제 대책발표 이후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실장은 "오피스텔이 법상 주택은 아니지만 주택시장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며 "아직은 관련 세제 등으로 시장을 관리하는 수준이 적절하다"며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대상 추가 규제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전 정부에 이어 새 정부도 부동산 규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다만 역대 정부의 기조대로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규제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만을 겨냥한 ‘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을 발표한 이후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간 수익형 부동산은 평균 2만971건 거래됐다. 다만 대책 발표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 간 평균 거래량은 2만5388건으로 늘었다. 추가 아파트 규제에 대한 우려, 역대 최저 정책금리로 수익형 부동산이 재차 주목을 받은 바 있다. 6.19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투자수요 쏠림현상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건설업계도 6.19 대책에 따른 수익형 부동산이 받을 ‘반사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6~1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거부해 신규 아파트 단지 청약일정이 지연됐지만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분양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하반기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1만7435건으로 추산된다. 상가 역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초 역세권 상가’등의 이름을 단 물량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다만 수익형 부동산이 마냥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주지 만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러 지표가 상가, 오피스텔이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오피스텔의 순영업소득에서 임대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98.8%로 나타났다. 사실상 오피스텔은 임대료가 투자자의 주된 수입원이다. 다만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3만791실이다. 이는 전년 동기(2만7321실) 대비 12.7%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04년 이래 4년 새 가장 많은 물량이다. 임대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중대형 상가의 경우도 지난해 공실률이 1분기 6.7%에서 4분기 7.8%로 상승했다. 지난해 상업용 건축물 인허가 물량이 4814만㎡로 2010~2014년 연평균 인허가 물량(3282만㎡) 대비 46.7% 높은 상황에서 공실률 상승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강남구 삼성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가와 오피스텔의 경우 투자수익률이 4~5%를 유지하면 적정하다고 평가된다. 다만 최근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투자수익률 평균치가 2~3%만 돼도 감지덕지 한 상황”이라며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투자할 시 인근 상권, 유동인구, 업무단지 등을 고려해 계획성이 전제돼야 한다. 금리가 인상되면 투자 매력도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풍선효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커진다 해도 단기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한 전문가는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도 부동산 시장 경기와 연동된다.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아파트 입주물량 공급과잉 등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더해 상가 및 오피스텔의 높은 공실률과 공급과잉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악재”라며 “과거 참여정부 시절과 달리 한쪽을 규제한다고 다른 쪽으로 투자자들이 몰려가는 시대는 지났다. 학습효과를 통해 투자자들이 더 똑똑해진 만큼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린다 해도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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