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징 시장 부상…"현지 보건당국 임상·승인 절차 준비 철저해야"

 

중동, 동남아 등 새로운 파머징(Pharmasing) 시장을 목표로 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규모 제약시장을 목표로 삼았던 국내 제약업계가 파머징(Pharmasing)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과 제네릭(복제약)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 중동, 동남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해 매출을 견인하고 수출 규모를 키우겠다는 의도다. 특히 현지 보건당국 승인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활동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시장 등 새로운 제약시장을 의미하는 파머징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다. 글로벌통계업체 IMS데이터는 파머징 시장이 2020년까지 적게는 7%, 많게는 10%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균적으로 5~7% 성장률이 예상되는만큼 세계 의약품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지난 2월 발표한 ‘국내 바이오 및 제약업체의 2017년 경영전략’에서 올해 제약‧바이오 업체의 경영 핵심은 해외진출이라며, 특히 신흥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머징 시장은 인도, 브라질, 중국 및 러시아 순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제약사로서는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도 파머징 시장 공략에 나선 지 오래다. 고혈압신약 카나브를 자체개발하는 보령제약이 대표적이다. 카나브는 이미 싼 약가를 내세워 러시아, 동남아, 중남미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제약은 2015년 동남아 13개국에 1억2600만 달러(약 1440억원)규모 동남아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은데 이어, 지난 4월 동남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시판허가를 받았다. 이달 12일 아프리카 10개국에 공급계약을 체결해 총 수출액만 4억 1360만 달러(약 4728억원)에 육박한다.

LG화학은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를 중남미 23개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필러 이브아르도 중국, 요르단, 러시아, 터키, 스페인 등에 판매 중이다. 중견 제약사들도 파머징 시장 진출에 열심이다. JW중외제약은 인도 제약사 그랜드파마와 2600만 달러(약 297억원) 규모 항생제 어타페넴 원료를 공급한다. 서울제약도 태국, 인도네시아에 구강 의약품 수출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편, 신흥국 정부에서도 제약산업 성장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도와 중동은 최근 제약산업을 급격하게 키우고 있는 국가들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탈석유와 산업다각화를 목표로 비전 2030 정책을 펴내고 있다.

 

사우디 정책위원회 중 제약담당 산업을 맡고 있는 알 하리리 책임자는 19일 한국바이오협회 ‘사우디 제약분야 투자설명회’에서 사우디에 진출한 국내 제약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의약품 진입 소요시간을 30일로 줄이고, 임상승인도 60일 이내로 단축시키겠다”며 “규제완화에 이어 재정적 지원도 고려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치열한 미국과 유럽 시장이 아닌 자본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신흥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흥 파머징 시장일수록 오리지널의약품이 아닌 제네릭(복제약) 점유율이 크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에게도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현재 파머징 시장에서도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선호하는 추세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파머징 열풍’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파머징 시장은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제약산업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안전한 진입을 위해 현지 파트서와의 계약, 연구개발 투자 등이 이뤄져야 하고, 의약품 현지 임상통과와 시판허가를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영희 동국대학교 제약학과교수는 “큰 제약시장은 치열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환경이나 생태계가 확실해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준에 맞춰 의약품 수출을 준비하기 쉽다. 그러나 신흥 파머징 시장들은 아직까지 임상이나 규제 등이 높다”며 “또한 역으로 중국이나 인도 제약사들이 같은 제제 의약품을 더 싸게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가 경쟁력을 얻기 위해 준비를 확실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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