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시스템 제외에 주가 폭락…접속 장애, 시대 역행 그래픽 등 구설수
리니지M은 엔씨소프트가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원작 PC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핵심 요소를 모바일로 구현한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출시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며, 유저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런 관심은 사전예약자 수에서도 나타난다. 리니지M의 사전 예약자는 지난 20일 오전 기준으로 550만명이다. 이는 국내 게임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거래소 시스템 제외 소식에 주가 급락
그러나 리니지M의 첫 출발은 좋지 못했다. 엔씨는 출시 하루 전인 지난 2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거래소 기능을 제외한채 게임을 공개한다고 공지했다. 엔씨 측은 “게임물 관리 위원회의 등급 분류 기준에 따라 교환 및 거래소 콘텐츠의 경우 추후 등급심사를 거친 이후 선보일 예정”이라며 “7월 5일 이전에 거래소 시스템이 오픈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씨는 자체등급분류제도에 따라 리니지M을 12세 이용가로 분류했다. 앞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판정 논란에 휩싸였던 거래소 시스템을 제외하고 출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거래소는 게임 내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이용자 간 거래할 수 있는 일종의 장터다. 엔씨는 거래소와 별개로, 개인간 거래도 시스템에 포함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출시된 12세 이용가에서는 개안간 거래도 불가능하다.
엔씨는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에 거래소에 대한 등급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엔씨는 향후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거래소 시스템 추가 및 청소년이용불가버전 출시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리니지M의 핵심 기능 중 하나였던 거래소 시스템이 제외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엔씨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지난 20일 기준 엔씨 주가는 전일 대비 11.4%나 급락했다. 특히 배재현 부사장이 주가 급락 직전 보유 주식 8000주(0.04%)를 전량 매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배 부사장은 보유 중이던 주식 8000주(0.04%)를 지난 일주일에 걸쳐 전량 매도했다. 지난 13일 4000주를 주당 40만6000원에, 15일 4000주를 41만8087원에 장내 매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배 부사장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가 급락 전 미리 주식을 매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엔씨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 중 일부를 행사하는데 필요한 주금납입금과 소득세를 마련하고자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며 “스톡옵션을 행사한 후에도 신변의 변화는 없으며 행사 후에는 매도 주식보다 더 많은 양을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출시 직후 벌어진 접속장애…유저들 항의 빗발쳐
엔씨는 21일 자정을 기해 리니지M의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다. 그러나 자정 이후 1시간가량 서버 접속이 지연됐다. 엔씨는 0시 40분이 되서야 뒤늦게 사과 공지를 올렸다. 그러나 서버 접속이 가능하게 된 이후에도, 대다수 유저들은 원활한 접속을 하기 어려웠다. 결국 새벽 3시께 엔씨는 긴급 서버 점검을 시작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던 점검은 4시 30분까지 연장돼 기다리던 유저들의 불만이 가중됐다.
직장인 김민수(30·가명)씨는 “자정부터 리니지M 접속을 위해 잠도 자지 않고 기다렸는데, 서버 접속이 되지 않아 당황했다”며 “결국 다음날 아침에야 접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서버가 불안해 자주 튕기는 바람에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접속 불안 현상은 점검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엔씨는 오전 7시가 되서야 10개 서버에 대한 ‘갑작스러운 서버 현상’이 정상화됐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오전 7시이후에도 간혈적인 서버 다운 현상이 발생했으며, 결국 오전 11시 30분경 다시 긴급 서버 점검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서버 접속 장애에 대해 리니지M 출시 전부터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모바일게임 운영을 오랜시간 경험한 넷마블게임즈조차 지난해 12월 ‘리니지2 레볼루션’ 출시 당시 서버 접속 장애를 겪은 바 있다. 모바일게임 운영 경험이 부족한 엔씨 입장에서는 더욱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시대를 역행한 그래픽…유저들 “원작 향수도 중요하지만 그래픽 개선했어야”
리니지M 그래픽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엔씨측은 원작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기 위해 2D 도트풍 그래픽을 그대로 옮겼다고 앞서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화려한 3D 그래픽에 익숙한 유저 입장에서 시대를 역행한 2D 그래픽은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 유저는 “원작의 감성을 살리려 했다지만 20년전 수준의 낮은 도트 그래픽과 더불어 개선점이 전혀 없는 애니메이션 모션까지 그대로 가져올 필요는 없었다”며 “어느 정도 리마스터 작업을 통한 그래픽 향상을 먼저 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존 모바일게임과 차이점 없는 게임 진행방식도 유저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리니지M은 자동사냥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엔씨는 출시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퀘스트의 중요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45레벨까지는 퀘스트를 통한 자동사냥으로 레벨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 나온 게임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는 셈이다.
리니지M은 악재 속에서도 출시 후 7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리니지M이 흥행세를 이어갈 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예상했던 악재들이 거의 다 발생했다”며 “엔씨의 모바일게임 운영 능력이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된 상황이다. 초반 매출에는 성공했지만, 거래소 문제 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장기 흥행에는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