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행사서 기조연설…“보호무역주의, 기업수명 단축 가속화” 주장도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솔베이 도서관에서 개최된 플레이북 조찬 행사(Playbook Breakfast)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EU 의회 관계자들 앞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국 정책입안자들이 IT산업 관련 규제를 시행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부회장은 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 기업수명 단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일(현지시간) 권 부회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의 유럽 대표 행사인 플레이북 조찬 행사(Playbook Breakfast)에서 기조연설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세실리아 말름스트롬(Cecilia Malmstrom) EU 집행위의 통상부 집행위원을 비롯해 EU 의회 측 통상, 고용, 연구혁신, 국제관계 등의 관련 인사들과 싱크탱크, 주요 기업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권 부회장은 지속적인 기술발전과 혁신 덕에 첨단기업들이 역동적이고 경쟁적이면서도 서로 연관된 IT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생태계가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한 글로벌 비즈니스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기업들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도태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그간 산업 생태계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EU의 성과에 대해 높게 평가하면서도 “정책 입안자들이 IT 산업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는데 있어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IT산업의 장기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부회장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조사를 근거로 “최근 글로벌 기업 평균 수명이 1970년의 절반 수준인 약 30년”이라며 “미국의 경우 향후 5년간 현존 기업의 퇴출 가능성이 30%에 달한다. 이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G, 4차 산업혁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 등 새로운 혁신이 기존 경쟁 환경을 와해시키면서 불행히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권 부회장은 최근 확산 중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복잡한 글로벌 비즈니스 시스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기업 수명 단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설 말미에 권 부회장은 “EU의 단일시장 통합 체제가 아니었으면 기업들은 유럽 내 각국의 각종 무역협정에 직면했을 것”이라면서 “글로벌 IT 무역을 촉진시킨 EU의 공헌이 미래 기술 혁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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