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세력 통한 전세가격 상승 가능성…전셋값·매매값 격차 작은 지역 노려
정부가 지난 19일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을 내놨다. 소위 ‘6.19 부동산 대책’으로 불린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지역별 선별 환원, 재건축 규제 등이 골자다. 다만 해당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대책이 의도하지 않은 부분, 즉 ‘풍선효과’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도 예기치 않은 비(非)조정지역 아파트 가격상승이 이뤄진 바 있다. 이에 대책 결과 예상되는 ‘풍선효과’를 시리즈별로 짚어보려 한다. <편집자주>
정부가 발표한 6.19 부동산 대책은 신규 아파트 단지를 겨냥한 대책이다. 대책의 내용인 LTV‧DTI 선별환원, 잔금대출 DTI 적용, 재건축 조합원 보유주택 규제는 모두 신규 청약시장을 겨냥한 대책이다. 해당 규제는 관련법 개정 이후 신규 분양된 단지에 적용된다. 이미 분양됐거나 분양이 진행 중인 대책에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완공된 주택, 사업시행인가가 이뤄진 재건축 예정 단지들은 대책의 영향권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신규 분양주택 시 발생하는 집단대출과 신규 취급되는 주택담보대출이 대책의 사정권에 놓인다.
이에 따라 신규 주택수요 및 투자목적의 가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을 구매함에 따라 발생하는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 등 비용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내 도입이 전망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 취급 차주의 비용상승 가능성도 이같은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기존 주택을 활용한 갭(GAP)투자가 성행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갭투자는 주택 매매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적어 ‘전세가율(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레버지리로 활용해 적은 자기자본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직장인은 물론 일부 대학생까지 갭투자 행렬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대책이 신규 주택시장 진입로를 제한한 만큼 기존 주택을 매개로 한 갭투자가 성행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서울 강북권을 중심으로 갭투자 세력이 몰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전세수급의 어려움으로 전셋값과 매매값의 차이가 적은 단지가 강북권에 다수 포진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 전세가율 상위 5개 지역은 성북구(81.69), 동대문구(81.69), 관악구(81.08), 구로구(80.88), 중랑구(80.56) 등으로 나타났다. 80%가 강북권에 위치했다. 강남 대비 적은 개발이 이뤄지면서 주택공급이 수요 대비 적기 때문이다.
갭투자 활성화는 전세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갭투자 세력이 늘어나면 주택 매도자가 보증금을 높일 유인도 커지기 때문이다. 갭투자자의 경우 보증금이 높으면 그만큼 초기 투자금이 줄어드는 이익이 발생한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다.
대책을 통해 전세보증금이 상승할 여지도 있다.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지난 2005년 8월 DTI 규제가 서울에 처음 도입된 이후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이 커진 바 있다. 대책으로 인한 전세보증금 상승 및 매매가격 하락으로 인한 ‘깡통전세’ 양산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투자자문을 받는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신규 분양 아파트를 겨냥했다. 이에 기존 아파트 및 빌라 등 재고물량에 대한 관심이 종전 대비 높아졌다. 실제 갭투자 관련 문의가 늘어났다”며 “일부 가격조정이 발생한 이후 갭투자가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갭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갭투자는 투자자가 해당 주택을 2~3년 장기보유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해당 기간 동안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하면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아울러 2년 이상 보유 시 양도세 인하도 갭투자자가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는 이유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8월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등 추가 대책 도입이 전망되는 등 시장 악재가 하반기 다수 포진했다. 차익실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갭투자자가 늘어나기란 어렵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으로 갭투자가 일정부분 늘어날 순 있다. 하지만 풍선효과는 지속기간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대책을 통한 갭투자 증가효과가 단기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갭투자와 달리 또 다른 지점에서 풍선효과가 장기간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파트 입주물량중 전세물량 전환률 증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잔금대출에 대해 DTI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집단대출은 이주비, 중도금 대출, 잔금대출로 구분된다. 입주시점이 다가오면 잔금대출을 차주가 부담해야 한다. 다만 건설사가 보증을 서는 중도금 대출과 달리 잔금대출은 차주 개개인의 신용도가 크게 작용한다. 연초 잔금대출 대상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과 함께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커지게 됐다. 이에 차주가 입주를 포기하고 해당 주택을 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입주물량 공급과잉에 따른 역전세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하반기 31만3000여가구, 오는 2018년 41만 가구에 달한다. 2년 간 역대 가장 많은 물량이 시장에 공급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물량이 늘어나면 '역전세난'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집단대출에 DTI 적용되면 차주의 이자비용이 증가한다. 이는 차주가 입주를 포기하고 전세를 내놓을 유인을 크게 한다”며 “입주 예정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