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접고 은폐 나선다” 비난에 현대차 “사실과 다르다”…진실공방 가열

현대자동차가 1.6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에 대한 고객 비판을 은폐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는 네이버 포스트 현대자동차에 달린 1.6 GDI 엔진 결함 시정 요구 관련 댓글을 임의로 삭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해당 의견을 표한 소비자가 삭제 이후 재차 같은 의견을 개진할 경우, 댓글 작성 권한 자체를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현대차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20일 시사저널e가 단독 입수한 제보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13일 네이버 포스트에 소형 SUV 코나 출시 게시물을 올리고 게시물 하단에 달린 1.6 GDI 엔진 결함조사 착수와 관련 댓글 일부를 임의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 많은 댓글에 올랐던 글이 아래로 내려진다거나, 같은 내용으로 새롭게 작성된 댓글이 다시 관심 많은 댓글에 올랐다가 지워지는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게시글과 상관이 없는 경우 삭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고객 댓글이 지워진 네이버 포스트는 현대차가 ‘안티 현대차’ 해소를 위해 개설한 공식 블로그 어바웃 현대(About Hyundai)와 일원화된 새로운 모바일 최적화 소통 채널이다.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고객 접근 확대를 위해 콘텐츠 대부분을 현대자동차 포스트에 게시하고 있다. 네이버 포스트를 향한 고객 접근성이 블로그보다 크게 두드러지는 데 따른 결정이다.

실제로 “베일 벗은 현대차 Kona, 사양 및 가격정보 공개”라는 글이 공식 블로그 어바웃 현대와 현대자동차 네이버 포스트에 각각 올랐지만, 블로그에는 단 1개의 댓글도 달리지 않은 반면 포스트에는 2247개의 댓글이 달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네이버 포스트 개설에 대해 “최근 온라인 소통 채널을 12개로 확대하는 등 더 많은 고객 의견을 듣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가 네이버 포스트 ‘현대자동차’에 올라온 부정적인 댓글을 임의로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다만 네이버 포스트 내 댓글 삭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대차가 그릇된 소통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불거지고 있다. 현대차가 댓글 삭제에 나서는 데 이어 1.6 GDI 엔진 결함조사 착수 댓글을 달았던 한 소비자의 네이버 포스트 댓글 작성 권한 자체를 차단하는 등 소통 채널 개설 초기 여론 다잡기에 나섰다는 의혹도 나온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오아무개씨(26)는 “코나 게시글이 올라온 13일 1.6 GDI 결함은 어떻게 할 거냐는 댓글을 단지 1시간여 만에 제가 작성한 글이 보이지 않았고 곧장 같은 내용의 새로운 댓글을 달자 댓글이 삭제됐다”면서 “댓글 삭제가 괘씸해 또 다시 댓글난에 들어가자 댓글 작성 권한 자체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현대자동차 네이버 포스트의 상위 운영 주체인 인터넷포털 네이버 규정에 따라 댓글 위치가 변동되고 삭제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 역시 네이버의 임의 삭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네이버가 불법성 홍보 댓글, 음란성 게시물을 동반한 댓글 등에 대해선 직접 삭제하는 운영 정책을 두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댓글이 아닌 경우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댓글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댓글이 잠깐 안 보이게 하거나,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삭제하는 임시 조치에 나서기도 하지만, 이 경우 기업 관리자가 삭제를 진행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 “신고에 의한 임시조치는 댓글 작성자에게 소명 기회를 제공하고 댓글 삭제 알림과 같은 적법한 절차를 따른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 포스트 소형 SUV 코나 출시 관련 게시물 아래에는 가격 정책, 에어백 문제 등 비판 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지만, 유독 삭제 논란은 1.6 GDI 관련 댓글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가 댓글 삭제와 댓글 작성 차단에까지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 = 시사저널e

“댓글 삭제하는 것 봐라. 아까 많이 본 댓글이었는데 삭제된 것 보고 내가 다시 올린다”라는 댓글을 올린 황아무개씨(35)는 “1.6 GDI 결함조사 착수라는 댓글에 대한 댓글을 달았는데 조금 있자 해당 댓글이 삭제된 것을 보고 직접 나서 댓글을 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댓글이 숨겨지거나 없어진 것을 본 다른 고객들이 오히려 더 화가 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현대자동차 네이버 포스트에서 불거지고 있는 댓글 삭제 논란은 일부 소비자의 악의적인 행태에 기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블로그나 포스트를 운영하는 현대차 국내영업본부는 절대 댓글을 삭제하지 않는다”면서 “댓글 삭제는 현대차의 고객 소통 강조와도 어긋나는 데다 삭제가 더 큰 분란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로그나 네이버 포스트 등 인터넷 공간 관리자가 회원이 올린 게시물을 임의로 삭제했다면 위자료 지급 대상이 된다. 관리자가 댓글과 같은 게시글 삭제를 임의대로 할 수 있는 기준은 비속어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경우로 한정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포스트 역시 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반면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운영하는 공간이 상업적 목적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달리 해석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네이버 포스트를 하나의 사적 공간으로 볼 수 있어 마케팅 목적에 반하는 댓글 삭제를 막을 근거는 없다”면서 “하지만 현대차가 소통을 목표로 한다면 소비자의 표현권을 존중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제보자와 현대차 간 주장이 선명히 엇갈리는 상황이다. 제보자는 현대차가 자사에 불리한 댓글을 고의로 삭제, 은폐하고 있다고 역설하는 반면 현대차는 허위 제보일 가능성을 들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 진실 공방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