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폐지에 탈퇴 명분 사라져…"임금체계 개편 위한 노사협의 불가피" 판단
19일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사용자협의회 재가입에 부정적이라는 일부 목소리가 있지만 결국엔 사용자협의회 재가입을 논의하고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사용자협의회는 지난해 성과연봉제 협상 과정에서 깨진 바 있다. 지금은 새 정부가 노사 합의를 강조한 상황이다. 사용자협의회 복귀 후 합리적인 임금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협의회는 17개 은행 등 34개 금융기관이 가입한 단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과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단체다. 하지만 지난해 3월과 8월 각각 7개 금융 공기업과 22개 금융기관이 일괄 탈퇴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당시 각 사측은 노조와 개별교섭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며 탈퇴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들은 노조 합의 없이 줄줄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후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금융노조와 정책 공약을 맺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했다. 법원도 주택도시보증공사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성과연봉제 무효확인 소송에서 노조 손을 들어줬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획재정부는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취소하거나 도입조건을 완화하는 경우에는 이미 지급된 성과급은 반납하게 했다. 성과연봉제 미도입에 따른 불이익도 없앴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였던 성과연봉제는 폐지됐다.
이에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은행들은 금융권 노조 상위지부인 금융노조와 협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면서까지 강행하려 했던 성과연봉제 도입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백지화 됐다"며 "현 정부가 성과연봉제나 다른 임금 체계 개편은 노조와 합의를 통해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용자협의회는 부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 임원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도 꾸준히 사측에 사용자협의회 재가입을 촉구해왔다. 새 정부 출범 후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면담을 하고 사용자협의회 복구와 산별교섭 복원을 요구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 사측은 지난해 박근혜 정권 눈치를 보느라 사용자단체를 탈퇴했다"며 "금융노조는 사용자들이 사용자협의회에 복귀할 것을 요구해 왔다. 앞으로 사용자협의회는 복원될 것이다. 조합원 근로개선을 위해 교섭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새 정부에선 성과연봉제를 대체할 정책으로 직무급제를 검토하고 있다. 직무별 전문성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다. 조만간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예정이다.
다만 금융노조는 직무급제 도입도 쉽게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직무급제 도입은 은행이 성과연봉제 도입 전부터 말해온 것"이라며 "결코 도입하기 쉬운 정책이 아니다. 어느 직무가 가치 있고 없고를 주장할 수 없다. 성과연봉제는 성과 지표를 제대로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논란이 됐다. 직무급제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