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폰 등 구글‧LG 밀월…디스플레이 시장서도 삼성 대안 가능성 부상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스페인 바로셀로나 산 호르디 클럽(Sant Jordi Club)에서 열린 LG G6 공개행사에 등장한 조성진 LG전자 CEO 부회장. / 사진=LG전자

LG가 글로벌 IT공룡 구글과 애플을 유혹하는 모양새다. 특히 LG와 구글 사이는 ‘밀월관계 같다’는 표현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존재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OLED 물량 확보에 고민이 많은 애플과 구글 입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IT업계서 가장 주목받는 현안은 LG전자와 구글의 협력 다각화다. 업계는 구글의 차세대 픽셀 스마트폰을 LG전자가 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추정은 안드로이드헤드라인 등 IT 전문 매체 등을 통해 LG전자와 구글 사이 버그보고서 문건이 공개되면서 확산됐다.

업계서는 이를 근거로 LG전자가 구글 픽셀폰의 대화면을 모델을 제작‧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넥서스를 만들면서 구글과 협력관계를 구축해왔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해 픽셀과 픽셀XL 모델을 출시했었다. 현재 준비 중인 모델은 2세대 픽셀폰이다.

구글과 LG의 ‘밀월’은 가전 시장서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구글 AI 비서를 활용, 다양한 스마트 가전 서비스를 출시했다. LG전자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개발자 행사에서 구글 AI서비스인 ‘구글어시스턴트’를 적용한 LG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를 공개했다. AI스피커인 구글홈을 통해 가습공기청정기를 제어하고 실내공기 상태도 확인할 수 있는 형태다.

뿐만 아니라 LG는 시그니처 이름을 단 냉장고, 세탁기 등에도 같은 서비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에어컨, 오븐, 건조기, 로봇청소기 등 다른 스마트 가전에도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구글 홈과 연동하는 스마트 가전제품들을 지난달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 주요시장에 출시될 계획이다.

중소형 OLED 시장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항마로 급부상 중인 LG디스플레이의 존재도 애플과 구글의 관심사다. 최근 다수의 IT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LG디스플레이가 올 2분기 적게는 8200억원에서 많게는 9000억원을 이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444억원이었다. 1700%에서 2000% 사이의 증가세를 시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력은 단연 OLED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온다.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들이 액정을 LCD에서 OLED로 갈아타고 있다. 이 덕에 OLED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그간 대면적 OLED에 강세를 보였던 LG디스플레이도 중소형 OLED 시장서 담금질을 하고 있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투자규모 10조원에 달하는 공장(P10)을 파주에 짓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투자는 당장 구글과 애플의 관심을 끌기에 좋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물량을 상당수 의존하는 애플과 구글이 LG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을 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구글의 경우 LG디스플레이에 약 1조원의 OLED생산라인 구축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조원은 6세대 중소형 플렉서블(flexible) OLED를 생산하는 라인 1개를 지을 수 있는 규모의 금액이다. 투자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그간 LCD(액정표시장치)를 매개로 협력관계를 맺어온 LG디스플레이와 애플의 관계도 OLED 시장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민희 흥국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현재 6세대 플렉서블 OLED 시장을 독점하면서 20%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즐기고 있다”며 “이는 물량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스마트폰 업체들에게 장기적으로 위협요소다. 애플, 구글 입장에서는 기술력 있는 LG디스플레이를 대안으로 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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