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여성 외교 수장…야당 반발로 추경·정부조직법 진통 전망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내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부장관 임명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야당 반발 속에 강행한 임명이라 정국은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본관 충무실에서 강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지난달 21일 정부가 강 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28일 만이다. 이로써 강 장관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자 비(非)외무고시 출신 외교부 장관이 됐다.
이번 강 장관 임명은 대통령 직권으로 진행됐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17일까지 결정해달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3당은 모두 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하면서 국회 동의 절차가 무산됐다. 이에 대통령이 직권으로 후보자를 임명하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강 장관 임명을 강행한 배경에는 산적한 주요 현안이 꼽힌다.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 대해서 “유엔(UN)과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칭송받는 인물”이라면서 “지금은 한미정상회담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고 G20 정상회의와 주요국가들과의 정상회담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외교부 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역대 외교장관들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외교전문가들이 그가 이 시기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 적임자라고 지지하고 있다. 국민들도 지지가 훨씬 높다”며 “야당의 대승적인 협력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19일부터 정식 업무를 시작한다. 이후 이달 30일 문 대통령의 첫 해외 정상회담인 한·미정상회담과 내달 7일 G20 정상회의 등 굵직한 일정을 수행할 예정이다.
다만 강 장관 임명으로 외치는 풀리게 됐지만 정국 긴장감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야권이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을 진행하면 ‘협치 파괴’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앞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야3당이 공통으로 부적격자라고 판단한 분을 강행한 것에 대해 앞으로의 정국운영과 산적한 숙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또한 “강 후보자 임명이 강행되면 정국 경색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임명 철회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남은 인사 청문회, 추가경정 예산안 합의, 정부조직법 등 처리도 진통이 예상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이미 국회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자유한국당이 김 후보자의 전문성 부족 이유와 강 후보자 임명 항의 차원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참, 보고서 채택 논의를 저지한 것이다. 일자리를 위한 추경이나 정부조직법 역시 국회 동의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강 장관 임명으로 조각 구성은 안경환 후보자의 낙마로 공석이 된 법무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등 3곳의 장관 인선만 남겨둔 상태다. 장관급인 금융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인선도 시급하다. 청와대는 다음주부터 인사추천위원회를 본격 가동, 남은 인선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거쳐 단행하겠단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