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급에서 직무급으로 개편 필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국정과제로 내건 가운데, 현장에선 인건비 상승 수준을 감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면 인건비는 상승하고, 생산성은 오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국내 정규직의 일반적 임금체계로 자리잡은 연공임금체계가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을 공고화하고, 비용상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앞서 직무급 방식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규직 근로자들은 근속연수와 연령이 늘어남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임금체계의 적용대상이다. 그러나 연공임금제는 근속만 채우면 임금이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경력개발의 유인이 적다. 뿐만 아니라 유능한 인재의 활용이 어렵고 사용자 비용부담이 점점 커진다. 반면 비정규직들은 해가 지나도 기본급과 수당에 의존한다. 근로자들은 직무의 난이도, 위험성, 숙련도 등 차등적 요인보다는 고용형태라는 차별적 요인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
이에 직무평가 기준을 마련해 직무급체계를 도입하고, 새로운 임금체계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별대신 차등적인 시스템으로 개편하는 것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배 연구위원은 조선산업을 사례로 들면서 “조선산업은 경기변동성이 높은 대표적 산업”이라며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조선노동자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하청 정규직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규직 전환에 앞서 도장, 용접 등 다양한 직무에 따라 임금조정이 돼야한다. 조선 기술은 표준화가 돼있지 않아 어렵다. 어려운 일을 하면 임금을 더 줘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연공급 체계와 직무급 체계는 각각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기존의 연공급체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숙련 요인을 매개로 해서 두 임금체계의 차이를 절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점진적으로 직무급을 도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숙련은 연공급에서나 직무급에서나 논란은 있겠지만, 수용 가능한 요소”라면서 “두 임금체계의 차이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부작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