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펀더멘탈 견조…연준 보유자산 축소는 잠재적 리스크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 기준금리와 같아지자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연내 한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연내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자금이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 15일 새벽 미국 연준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인 연방 기금 금리(Fedral Fund Rate)를 0.25% 상향해 1.00~1.25%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연준은 경제상황이 예상대로 호조를 보일 경우 올해 안으로 한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한국보다 미국에서 금리를 더 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미 금리차를 두고 자본이탈 우려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전통적인 케리트레이드 관점이다. 케리 트레이드 관점에서는 이자율이 낮은 국가에서 자금을 빌려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더구나 같은 금리 수준이라면 투자자들은 실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미국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한미 금리차 축소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연준이 한차례 더 금리를 올려 한미 금리차가 역전돼도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됐던 시기에도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된다. 지난 1999년 이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된 시기는 1999년6월~2001년 3월, 2005년 6월~2007년 8월 두차례다.
반면 국내에서 대규모 자본이탈이 발생한 시기는 1997년~1999년, 2008년~2009년, 2015년~2016년 등 세차례다. 이 가운데 시기적으로 특수성이 큰 IMF 구제금융 시기를 제외하면 1999년 이후 금리 역전과 외국인 자금이탈은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미 금리 역전에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내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인데 외국인 자금이 곧바로 대규모로 이탈할 여지는 높지 않다"며 "달러환율 흐름과 국내 경제 펀더멘탈 등이 외국이 자금 이탈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상해도 한미간 금리 역전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또 자금 이탈의 주요 동인으로 여겨지는 달러 환율 변동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도 자금이탈 현실화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달러 가치는 전일 금리 인상과 연내 한차례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에도 1130원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비롯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과거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 시기와 달리 최근 국내 경제는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 감소세가 부각되던 시기에 외국인 자금 이탈이 빨라졌는데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회복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단 금리 역전 만으로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낮지만 연준의 추가적인 움직임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은 금리 인상과 함께 보유자산 축소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연준이 4조5000억 달러(약 5000조원) 규모의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하면 시장에 풀린 돈이 줄어들면서 장기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진다.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는 연준이 2년간 보유자산을 6750억 달러(약 750조원) 축소할 경우 기준금리를 매년 0.25% 인상한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와 ECB 양적완화 중단 등의 요소에 올해말로 예상되고 있는 미국 추가 금리 인상 등은 국내 투자된 외국인 자금 흐름이 변화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