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향상 연구 집중”…연비 개선 방법론 체계화 성과
“잘 만들어진 엔진에 성능 좋은 변속기를 얹었는데 효율은 수입차에 비할 바 못 됐다.”
이종화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자동차 연비 개선 방법론 정립을 인정받아 15일 서울시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종화 교수에 대해 “산업체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체 밖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 기술력 향상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근정포장은 상훈법 23조에 규정된 포장으로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 사회단체 직원 중 국리민복(國利民福)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이 교수는 독자 엔진 개발 선임연구원으로 현대자동차 마북리 연구소에 입사한 지 4년 만에 다시 학자의 길로 돌아갔다. 이후 24년 만에 근정포장을 수상하게 됐다.
그는 “한국 최초의 독자개발 엔진인 현대차 알파엔진부터 베타엔진, 감마엔진까지 굵직한 개발엔 전부 참여했지만, 개발 지속에도 궁금증은 오히려 커졌다”면서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현대차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 연구소에 있는 동안 최고의 결과 냈다고 생각지만, 결과는 언제나 수입차에 뒤처졌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학교로 돌아온 1993년부터 꼬박 10년을 차량 연비 효율 제고를 이룰 방법론 정립에만 매달렸다. 그는 “학교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내 완성차 업체가 만든 프로토타입(상품화에 앞서 핵심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 차량을 받아와 일본차, 독일차 등과 냅다 비교하는 일이었다”면서 “캠리와 쏘나타, 그랜저 할 것 없이 비교했다”고 고백했다.
썩 좋지 않은 엔진에 썩 좋지 않은 변속기를 얹어도 상호 기술 조화만 이뤄지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2003년이 다 된 이후였다. 부품 하나하나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에너지 플로우 브레이크 다운(Energy Flow Break Down)’ 방법론 체계화도 이때 이뤄졌다. 그제야 실험 장비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후 에너지 플로우 브레이크 다운 방법론은 현대차 NF쏘나타에 적용됐고, NF쏘나타는 10% 넘는 연료 효율 개선을 얻었다. “로또는 그때부터 시작됐다”는 이 교수는 “학교에 돌아와 126건 넘는 연구 과제를 수행했지만, 정부 과제 수행은 3건 정도에 불과했다”면서 “나머지는 모두 기업체 의뢰였다. 연비 개선을 원하는 모든 완성차 업체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비는 모든 완성차 업체가 지닌 영원한 숙제다.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를 고려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 중 하나가 연비인데 더해 환경 규제, 연비 규제는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는 탓이다. 이 교수는 최근 들어 엔진과 변속기 조화를 떠나 차량 구동 전체를 분석해 연비개선 및 성능 향상 이루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은 과거의 일”이라고 일갈하는 이종화 교수는 “이제 자동차는 더 다양한 부분에서 다각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자동차가 기계 부품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뒤처진다”면서 “엔진 소리, 차체 움직임, 차체 강성 모든 부분이 자동차를 구성하는 요소며 이 모든 게 연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택과 집중을 버리는 것은 정부 정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나서서 연구 개발 지원 분야를 정하고 정책 지원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한국 자동차 산업 구조에선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해외로 가야 하고 해외 시장이 원하는 모든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정부는 디젤차 기술 개발과 관련한 연구 개발 지원을 완전히 끊은 상태”라며 “친환경차 호조를 맞아 전기차 개발 등의 지원을 늘리는 것은 맞지만,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디젤차를 팔 수 있는 시장은 여전하고 그 시장을 위해서라도 국내 자동차 산업은 모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