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사용조건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채권단 돈줄 죄고 경영권 박탈 카드 만지작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측이 ‘금호’ 상표권 사용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까닭이다. 박 회장은 금호 상표권의 실질적 소유자 중 한명이다.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타이어 제조사 더블스타의 매각 선결 조건을 수용해 매출의 0.2% 사용 요율 등을 원했고 박 회장 측은 이를 과도한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시에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양 측 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채권단은 돈줄과 경영권을 놓고 박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박 회장 측도 물러서지 않고 더블스타의 상표권 사용에 있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채권단은 박 회장을 압박할 패를 많이 쥐고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 측은 매각 지연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서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금호타이어 매각 건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 주목된다.
◇ 상표권 문제로 복잡해진 금호타이어 매각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선결 조건인 상표권 사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 회장 측이 올해 4월 18일 우선매수권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내놨을 때만 하더라도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순조롭게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인수 종결을 위한 협상도 시작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이 더블스타의 금호 상표권 사용 조건에 난색을 표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종결 선결 요건으로 ▲상표권의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자유로운 해지, ▲매출의 0.2% 사용 요율을 합의했다. 박 회장 측은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협의나 관련 요청이 없었다”며 이 같은 결정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나아가 상표권 사용 요구 조건에 대해서도 부당함을 피력했다.
당장 급할 게 없는 박 회장 측은 지난 9일 상표권 사용에 대해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의 0.5%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 조건을 담아 채권단과 더블스타에 역제안을 했다. 박 회장 측은 “금호타이어 해외법인의 경우 매출액의 1%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 주요 경쟁사도 국내 계열사 0.4%, 해외 자회사 1%의 상표권 요율을 유지한다”고 상표권 요율 재산정 이유를 설명했다.
더블스타는 상표권 사용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인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박 회장 측 요구안대로라면 더블스타가 당초 생각했던 비용이 많아진다. 금호타이어 매출은 연간 3조원 수준인데 더블스타는 여기에 0.2%를 적용해 연 60억원씩 20년간 약 1200억원을 상표 사용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 회장 측 요율을 적용하면 상표권 사용료가 연 150억원씩 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박 회장 측은 상표권 계약 해지불가 입장도 낸 상황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최대 20년간 상표권 사용을 보장받으려고 하면서 3개월 전에 아무 때나 일방적으로 서면 통지를 통한 해지가 가능하다는 등 불합리한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표권 계약 해지가 불가능할 경우 더블스타는 결론적으로 금호타이어 인수가 9550억원에 상표권 사용료 3000억원이 붙어 총 1조2550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 치열해진 수싸움, 승자 가려질까
매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채권단으로선 상표권 사용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할 경우 채권단이 입을 내상이 만만치 않다. 금호타이어 채권 손상이 불가피한데다 금호타이어 실적이 점차 악화하고 있어 재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도 지난달 26일 긴급 회의에서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서는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 결론내기도 했다.
박 회장 측은 이를 역이용하고 있다. 상표권으로 인해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매각 협상이 결렬되고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재매각 하게 되면 박 회장 측에 우선매수청구권이 살아난다. 박 회장 측에 다시 한 번 기회가 오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채권단이 해외 자본에 자국 기업을 팔고 있다는 반발 여론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 측 입장에선 매각 협상이 길어질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박 회장 측도 위험 요인이 크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재매각이 아니라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이 경우 채권단이 자금 회수를 위해 금호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홀딩스 지분 40%에 설정해 놓은 담보권 회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호타이어를 되찾으려다 간신히 장악한 그룹 경영권이 흔들리면 박 회장은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단은 이러한 약점을 지속해서 파고들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여신 만기 연장을 9월까지 한시적으로만 해주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상표권 문제로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이 무산되면 금호타이어 채권 만기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채권단이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회수할 경우 금호타이어 법정관리는 불가피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차원에서도 1조30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갚을 여력이 없다.
또 채권단은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박탈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치고 있다. 이 경우 법정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박 회장 의지를 꺾을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과 박 회장이 맺은 우선매수청구권에는 경영정상화 계획 불이행, 경영목표 달성 실패 등으로 경영에서 배제되면 우선매수청권이 해지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실제 금호타이어는 경영 상황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영업이익은 1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2014년 말 262.34%, 2015년 말 314.02%, 지난해 말 321.85% 등으로 재무구조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82억원, 당기순손실 606억원을 기록해 6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2016년 경영평가’를 실시할 예정으로 D등급으로 평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공격해올 때마다 박 회장측이 교묘하게 피해가는 상황이 여러번 반복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경영 책임 관련해서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것이라 내세우고 있다”며 “그룹 재건을 꿈꾸는 박 회장과 자금을 회수해야하는 채권단의 절실함이 맞부딪치고 있어 두 주체간 협상이 쉽게 결론지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