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지분율 줄이면 보안성‧효율성 문제 해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SI(시스템통합)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대기업들은 SI업무를 외부 업체가 맡게 될 경우 여러 문제점들이 불거질 수 있다며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국 총수일가 지분만 조정하면 대부분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후보자가 당초 예정대로 공정위원장 자리에 오름에 따라 본격적으로 일감몰아주기 행태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몇몇 대기업은 이에 대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내부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한 뒤,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중 SI기업들이 주요 조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SI는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관리 및 유지 보수 업무 전반을 도맡아 한다. 현대오토에버, 롯데정보통신 등이 대표적인 SI기업에 해당한다. 김상조 위원장은 교수시절부터 SI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비판해 왔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반대하는 SI기업들의 논리는 크게 보안성과 효율성이다. 특히 보안성은 대기업들이 같은 계열 SI기업에게 시스템을 맡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한 재계 관계자는 “SI업무는 기업의 핵심 시스템업무를 본다는 특성상 보안 문제 때문에 외부 기업에 맡기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일감몰아주기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공정위는 4년 전 대기업들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예외성을 인정해주기도 했다. 2013년 공정위는 “SI 분야는 보안 관련 업무가 많아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된 법을 집행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보안성 문제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SI업체들이 많은 외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보안성 문제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한 SI업체 관계자는 “누가 봐도 경쟁관계에 있는 그룹이 아닌 이상 SI기업들이 타 기업의 시스템 업무를 맡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며 “즉 이제는 보안 이슈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보안성과 더불어 효율성 문제도 더 이상 내부거래의 명분으로 내세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기업들이 SI 내부거래를 할 때 효율을 통한 이익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여기서 이익이 기업 이익인지 총수 일가의 이익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같은 계열사가 아니라도 더욱 낮은 가격에 외부 기업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기업을 위한 길”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총수 지분을 조장하면 기업들이 주장하는 보안성 및 효율성 문제가 해결되는 셈이다. 한 IT업계 컨설팅 임원급 인사는 “한국 SI기업들이 비판을 받는 것은 내부거래 자체보다 그 기업의 총수 지분이 노골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며 “총수 지분 문제를 해결하면 굳이 리스크를 안고 무리하게 SI업체에게 일감을 몰아주려는 시도 자체를 덜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수 지분을 처분하면 재벌일가 지분문제는 해결되지만 중소기업들이 SI시장에서 배제되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경쟁 입찰 도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