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68시간에서 '휴일근로' 제외 추진…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뜨거운 감자
지난 8일 열린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 단체와의 간담회는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두고 미묘한 긴장을 자아냈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조업 등 중소기업계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기조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단계적인 추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일주일을 5일로 해석하는 것은 기만”
노동시간 단축 이슈를 둘러싼 쟁점은 현행 주 68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휴일근로 가산수당 중복할증 여부, 특별연장근로 허용 여부 등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현행 주당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을 포함해 6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 등에 따라 개정이 이뤄질 경우 휴일근로 16시간을 연장근로 12시간에 포함돼 주 52시간으로 줄어든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일 발표한 ‘일자리 100일 계획’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조속히 추진하되 여의치 않으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폐기‘를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는 사실상 노동시간 단축이 근로기준법보다는 그동안 고용부의 행정해석에서 온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다. 현행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 휴일근로 16시간까지 포함한 것은 일주일은 ‘평일 5일’이라고 해석하는 노동당국의 행정지침 오류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성회 고려대 교수(노동문제연구소)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주최한 ‘노동시간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의 노동시간 체제는 주 40시간제가 아니라 주 68시간이 허용되는 체제였다”면서 “매일 고정잔업 2시간과 추가 2시간에 휴일특근 16시간까지 정부에 의해 허용되고 있었던 것은 일종의 공권력에 의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현 정부가 역점에 두고 있는 일자리 창출 공약과 맞물려 탄력을 받는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근로시간을 2020년까지 연간 1800시간대로 다축하고, 법정 노동시간이 1주 상한인 주 52시간을 준수’하는 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공휴일 대체 휴일제를 민간기업에 적용해 일자리 나누기를 이룬다는 안도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지침 폐기를 통한 휴일 연장근로를 법정 최대 노동시간한도에 포함할 경우 제한으로 인한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대체적인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52시간 상한제가 완전히 적용될 경우 최대 77만(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최소 15만7000명(한국노동연구원) 범위 고용 창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과 특례·제외산업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최소 17만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장시간 노동·일자리 창출 해법으로 제시
과도한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부작용도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이끌어가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전체 취업자 기준)은 2113시간, OECD 37개국 중 3번째로 장시간 노동을 기록. OECD 평균인 1766시간으로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인 연간 347시간 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장시간 노동을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저임금 구조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노동시간이 커지더라고 추가 소득을 유인하는 방편으로, 낮은 연장근로 비용을 내는 사업주 입장에서 추가 고용을 회피하는 악순환이 맞물려 있는 셈이다.
2016년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상용직 근로자의 임금총액은 평균 362만원이고, 이 가운데 정액급여 비중은 283만원이다. 상용직 근로자의 정액급여 비중이 78%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노동과 심야노동, 휴일노동 등에 대해선 50% 임금을 할증해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2016년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전체 상용직 노동자의 초과 수당은 시간당 1만7695원으로 정액시급인 1만7285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신규 창출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홍원표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액급여가 비중이 낮을수록 노동자는 추가 노동의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시간당 초과수당 비용이 시간당 정액임금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초과 고용을 하기 보다는 연장 노동을 선호할 확률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현행 근로기준법을 따르더라도 정상 노동시간은 52시간이 아니라 40시간”이라면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비정상적인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경영 직접 타격”…단계적 도입 주장
노동시간 단축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경제계의 반응은 우호적인 기류가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 큰 기조에서는 공감대를 나타냈고 있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우려감은 더 크다.
이를 고려해 문재인 정부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세사업자와 근로자 보호를 위해 종합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 대해서는 인건비와 설비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근로시간 다축 컨설팅과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종의 인센티브를 통해 제도 개편의 반작용을 줄이겠다는 차원의 접근법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4년 9월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의 산업현장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뿌리산업 관련 업종의 총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 초과 사업체가 40%, 현행 기준 주당 60시간을 초과하는 사업체도 14%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4단계로 세부화해 시행시기를 2024년으로 연장하고 노사 자율합의시 추가 근로 허용을 52시간+8시간으로 해 60시간으로 할 수 있도록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