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국토부 장관 후보자 '맞춤형' 규제 시사…거주 아닌 투자 목적 수요자 정조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큰 틀에서 정부는 지역, 계층에 맞게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과열양상을 보이는 지역의 고가주택을 다수 보유한 수요자’를 정밀조준한 ‘맞춤형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시장 대책의 세부내용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대응방안에 ‘맞춤형 대책’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잇단 발언이 이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부동산 투기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세가지 원칙하에 조만간 단호하게 안정화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이상과열 현상이 발생한 지역 대상 맞춤형으로 선별적 대응’, ‘투기수요 근절 및 실수요자 거래 지원책’을 언급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LTV, DTI 개편방향은) 지역별, 계층별 여건 등을 감안해 관계부처와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맞춤형 규제를 통해 실수요자 피해, 거시경제 하강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정부 측의 의도다.

이에 따라 투기열기를 조장하는 세력을 대상으로 한 규제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지구 내 고가주택을 다수 보유한 수요자’가 대책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수요층은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만큼 시장과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바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양상이 서울 강남 등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정부 대책이 해당 수요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대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전반을 대상으로 한 대책을 내놓기엔 정부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지방은 입주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부동산 매매가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책은 지방의 부동산 경기를 급속히 위축시킬 수 있다 ”며 “전세율이 높아지면서 갭투자를 통해 다주택자가 늘어났다. 시장상황을 감안해 일부 수요층 및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상황도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투기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현 가계부채 증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택담보대출액(주담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체 주담대 630조800억원에서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1.7%(199조9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참여연대에 따르면 다주택자, 고가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중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9년 58.4%에서 2015년 74.5%로 급격히 증가했다. 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실거주자 대비 투기세력의 비중이 부동산 시장에서 커진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여력이 풍부한 일부 고령층을 중심으로 시장 과열양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들 세력을 겨냥한 대책을 (정부가)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재건축 등 서울 고가단지 중심으로 매매 줄어들고 있어

부동산 시장도 정부가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을 중심으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책의 가시권에 놓일 서울의 고가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주공1단지의 매매거래가 이달 들어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주요 재건축 지구인 개포동 일대 분양권 거래량이 이달 들어 11건으로 직전달(41건) 대비 크게 감소했다. 

개포동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부동산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매수문의가 이달 들어 뚝 끊겼다”며 “정부에서 파견한 부동산 합동점검반이 지역을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매수심리가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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