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6·QM6 신차 효과 끝…OEM 한계, 클리오 출시 지연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계획한 몸집 불리기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 성장을 주도한 중형 세단 SM6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판매가 주춤하고 있는 탓이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쌍용차에 추격을 허용하며 내수 꼴찌로 주저앉았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 올해 목표로 정한 내수 승용 시장 3위 도약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 사장은 올해 초 “클리오나 트위지 등 기존에 볼 수 없던 신차를 출시해 ‘우리만의 놀이터’를 만들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클리오 투입은 지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 그래픽 = 시사저널e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소형 해치백 클리오는 오는 9월 출시될 예정이다. 클리오는 지난 3월 말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되며 당초 올해 상반기 중 출시가 점쳐졌다. 하지만 물량 확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미 8월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9월로 또 다시 지연된 이유는 인증완료 이후 세부 테스트 진행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월 클리오 출시에 나섰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면서 “유럽과 국내의 안전 기준에 차이가 있어 늦어졌다”고 말했다. 클리오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해외 공장 생산 이후 수입·판매된다.

르노삼성은 또 이달 본격 출시하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통해 반전의 기틀을 닦는다는 방침이지만, 올해 수입 물량이 1500대로 정해진 상황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르노삼성은 트위지 역시 OEM 방식으로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르노삼성이 ‘우리만의 놀이터’를 만들 토지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르노삼성 주력 차종 SM6와 QM6는 모두 경쟁 차종에 밀려 부진에 빠졌다. 중형 세단 승용 부문에서 지난해 판매 1위에 올랐던 SM6는 지난달 현대차 쏘나타 판매량의 절반에 머물렀다.

SM6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397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QM6 역시 판매량이 2000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차 효과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쌍용차는 꼴찌를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신차가 티볼리 파생모델인 티볼리 에어 밖에 없어 SM6와 QM6를 내놓았던 르노삼성에 비해 부진했지만, 올해는 대형 SUV G4 렉스턴을 출시해 내수 시장 4위 고착 준비를 마쳤다.

실제로 쌍용차 G4 렉스턴은 출시 첫 달에만 2703대가 팔렸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도 르노삼성을 948대 차이로 바짝 뒤쫓았다. 누적 판매량에선 르노삼성이 4만3882대를 판매해 4만2934대를 판매한 쌍용차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에 르노삼성은 이달부터 주력모델 판촉을 확대하고 나섰다. 르노삼성은 QM6는 RE시그니처 트림 1500대에 한정해 2WD 모델은 30만원, 4WD 구입 시에는 100만원을 각각 할인해준다는 계획이다. 또 QM3 SE 트림 구입 고객 100명에겐 10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지금 기댈 곳은 클리오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클리오가 르노삼성 목표를 이루는 동력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클리오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출고된다고 해도 OEM 한계로 인해 판매 목표는 4000여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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